세월호가 1073일 만에 드디어 통한의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시간 바다 속에 있어서 선체는 녹슬고 할퀸 그야말로 폐선 그 자체였다. 22일 세월호를 1m 들어 올린 시험인양이 성공하면서 그날 밤 8시 50분경부터 본 인양이 시작됐고, 23일 새벽 3시 45분 드디어 세월호 오른쪽 면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시간 당 3m의 속도로 본인양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선체가 오른쪽으로 기운 상태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날씨와 바람, 파고 등 기상여건이 도와줘서 가능했다.

이제 중요한 문제는 세월호 선체를 반잠수식 선박에 옮겨 싣는 일이며 이어 목포 신항으로 운반한 후 안전하게 육지로 거치돼야 비로소 인양 작업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모든 것이 조심스러우며 천천히 하더라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 과정이 모두 마무리되려면 대략 보름가량이 소모되지만 기상 조건 등 모든 여건이 도와준다면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목포 신항에 거치되면 가장 먼저 할 일이 미수습자를 가족들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해수부는 유해 발굴 전문가를 확보해 예의와 품격을 갖춰 수습하겠다고 밝혔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인양 작업이 시작되기 전 세월호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은 팽목항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인고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두 번 다시 세월호 같은 아픔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국민들께 감사한 마음을 밝히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사고해역에서 뜬 눈으로 날을 지새며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지켜보고 있다. 지금까지 세월호 인양을 위해 기원했던 그 절실한 마음에 하늘이 답해 줄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인양 작업이 성공하면 그렇게도 꽁꽁 감춰왔던 세월호의 진실도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다. 세월호를 인양하는 데 왜 이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지, 인양을 안 한 건지, 못한 건지, 인양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세력은 없었는지 등 모든 것을 밝혀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의 진실도 결국에는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 안전의 기준과 국가지도자의 자질에 대해 뼈아픈 교훈을 던져주었다. 3년 만에 떠오른 세월호가 던지는 그 무거운 메시지를 우리는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세월호의 진실 규명을 통해 두 번 다시 이런 참사와 비극이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