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세월호가 수면위로 올라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새벽같이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온 조은화(당시 2학년 1반) 양의 아버지 조남성씨는 딸을 만나기를 간절히 바랬다.
수학을 유독 좋아했던 조은화 양은 학창시절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던 우등생이었다. 숫자 계산과 정답 맞추기에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회계 분야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꿈이었다.
조 씨는 “수학여행 떠나던 날 ‘너는 가방에 뭘 그렇게 많이 싸들고 가냐?’라고 한마디 던진게 은화에게 했던 마지막 말이에요. 그날 아침 일찍 출근해야해서 그 한마디 던지고 바로 집에서 나갔거든요. 그게 마지막 말이 될 줄을 몰랐어요. 지금도 많이 후회가 됩니다”라고 말한 뒤 쏟아지는 울음을 꾹 참는 듯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그는 “은화는 평소에 공부도 너무 잘하고 선생님 말도 잘 듣고 해서 아빠한테 사랑을 참 많이 준 아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잘해준게 없는 것같아 너무 미안해요”라며 은화 양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조 씨는 팽목항에 도착해 먼저 한 일은 플래카드에 ‘바다야 잠잠해다오’라는 글을 써서 걸어두기도 했다. 하루빨리 딸의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을 그대로 담을 글이었다.
세월호 인양 진행이 되고 있는 현재 심경에 대해 “뭉클함과 답답한 마음이 교차되는 것 같아요. 우선은 시신이 유실되지 않고 9명 모두 있다고 믿습니다”라며 “수습이 되도 앞으로 헤쳐나갈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우선은 진상규명보다 인양에 대한 목소리를 모두가 함께 내주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
그는 “세월호 침몰 후 3년이란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제야 인양이 되고 있습니다. 시신이 모두 수습 될 때까지 국가가 끝까지 꼭 책임지고 진행해야 합니다”라며 “이번 사고수습에 있어서 국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나중에 다른 대형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국가가 나서서 국민안전 지키는 의무를 지켜낼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유치원 선생님이 꿈이었던 허다윤 양. 중학교때부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열심히 해왔다. 희귀병인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둔 허다윤 양은 가정 형편을 알기에 용돈을 달라거나 무언가 사달라고 조르는 적 없었던 착한 딸이었다.
허다윤 양의 아버지 허훈환 씨는 세월호 인양 소식에 침묵과 함께 “하아” 큰 한 숨을 내쉬었다.
허 씨는 “지금 인양되는 세월호를 보니 가슴이 정말 벅차지만 그 모습을 보는 순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힘겹게 “그 괴물처럼 보이는 큰 배를, 이 배가 좀 더 빨리 올라왔었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낫지 않았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정말 착잡합니다. 인양하는 모습을 안볼 수도 없고 또 계속 보자니 마음이 아립니다”라며 “다윤이 뿐만 아니라 찾지 못한 9명이 다 있을거라고 굳게 믿고 견딜 것입니다”라고 스스로에게 버틸 힘을 불어넣었다.
마지막으로 허훈환 씨는 “세월호가 온전하게 인양돼서 9명을 다 찾는게 제 숙원입니다. 지금 조금씩 올라오고 있지만 아직 인양이 다 완료된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습니다”라며 “그래도 모두가 그 곳에 잘있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한마음으로 기도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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