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 헤매는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뿐"
문 앞에 반 아이들의 이름과 책상의 위치가 표기 돼 있었으며 자리가 노란색으로 희생된 아이들의 자리까지 표시돼 있었다.
1반부터 10반까지 아이들의 이름은 온통 노란색이었다. 그 노란색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 한 켠이 저려왔다.
1층에는 1반부터 5반의 흔적이 고스란히 저장돼 있었다. 책상 한곳 한곳 정성스런 편지와 추억을 나눴던 이들의 안부, 부모들의 그리움이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책상 위에는 추억과 그리움뿐 아니라 지나가던 시민들의 애도의 흔적과 함께 아이들이 평소 좋아하던 과자들이 올려져 있었다.
2층에는 6반부터 10반 그리고 교무실이 존재했다.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고 알려진 7반.
교실 달력에 ‘15~19 수학여행~♥’이라는 메모에서 수학여행을 떠나려는 아이들의 설레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를 떠나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수다와 부모와의 통화, 엄마가 싸주신 맛있는 김밥과 간식, 수학여행 첫날밤의 폭죽놀이 등을 즐겼을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 거리는 듯 했다.
교실 한 켠 유독 눈에 들어오는 자리가 있었다. 강소정 학생의 자리였다. 강소정 학생이 입던 교복 자켓이 의자에 걸려있었다. 또 다른 자리에는 종이학이 든 유리병이 있었다.
그 병에는 ‘천마리의 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더라, 네 마음, 형 마음, 우리 마음을 모두 담아서 우리 같이 소원을 이뤄보자. 사랑한다’라는 노란색 메모가 마음을 울렸다.
또 다른 책상에는 ‘오늘 그대를 따뜻하게 해드리라’라는 핫팩이 놓여 있었다. 차가운 바다속에서 세상을 떠났을 아이들이 더 이상 춥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전해져 마음이 먹먹해졌다.
선생님들 사진 밑에는 ‘보고 싶어요 선생님’ ‘돌아오세요 선생님’이라는 학생들의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각 책상마다 놓여 있던 방명록에는 자식들이 보고 싶은 부모들의 심정을 담은 꾸지람이 적혀 있었다. ‘왜 돌아오지 않느냐’ ‘너무 보고 싶으니 얼른 집으로 돌아와라’ 등의 말들이었다.
교무실 한쪽 구석, 모든 무게를 지고 떠난 강민규 교감 선생님 자리에는 ‘도리’라는 제목의 글이 남겨져 있었다.
‘길을 걷다’로 시작하는 글 중간에는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는 교감 선생님의 유서 내용 일부분도 들어있었다.
2층 끝에 걸린 각 반의 단체 사진에 담긴 아이들은 해 맑게 웃고 있어 보는이의 마음을 더 먹먹하게 했다.
22일 오전 5시 팽목항에서 ‘시범 인양’이 밤새 진행되면서 세월호 선체가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자 안산시민들은 함께 기뻐했다.
이날 오전,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자유총연맹 안산시지회 소속 자원봉사자는 세월호 인양 소식을 듣고 십년 묵은 체증이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이제라도 세월호가 인양됐으니 미수습자를 구조해서 합동 제사를 하루 빨리 지내야 한다”고 말했다.
합동분향소 내 방명록에는 ‘1073일. 너희가 타고 있는 세월호가 오늘에서야 올라오고 있다.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해. 무섭고 추웠을 9명의 미수습자 그리고 희생자들. 진실 규명 되길 우리가 끝까지 지켜볼께요. 그곳에서는 더 이상 아프고 힘들지 말길…. 9명 모두 꼭 돌아오세요’라는 추모객의 염원이 담긴 메모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세월호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단원고 생존학생들은 어느덧 3년이 지났으나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과 단원고 제자를 자신의 목숨보다 더 사랑한 선생님들을 잊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세월호 선체 인양 소식을 들은 생존학생 A(20·여)씨는 “세월호 인양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하루 빨리 친구들을 만났으면 한다”면서 3년째 어둡고 깊은 바닷속을 헤매는 미수습자들에 대해서는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한편 안산시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천73일째인 23일 비상근무에 돌입, 제종길 시장과 시의회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의원들을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현장 상황 점검과 유가족 지원을 위해 서둘러 진도 팽목항으로 내려갔다.
장선·김동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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