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꿈의대학’은 교육대변혁이다. 꿈의 대학을 위해 수개월동안 학생, 학부모와 토론했다. 현 아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미래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다. 즉 진로다. 학생들은 수능만을 목표로 해, 자기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등 적성에 대해 잘 모른다. 이들이 무엇을 하고 살아가야하는지 제시해주는 것이 꿈의 대학의 목표다.”

꿈의 대학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사물인터넷 아두이노’ ‘발성과 호흡 등 자신만의 스타일 연구’ 등 고등학교 커리큘럼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진행한다. 주입식·하향식 교육이 아닌 학생들이 원하는 강좌를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인터뷰가 한시간을 넘어설 무렵,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심중에 담아둔 말을 꺼냈다. 기자는 요즘 획일적인 교육현실을 떠올렸다. “주입식 교육은 한계에 왔다. 정답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인 세상이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도 관찰자에 따라 다르다. 고(故) 신영복 선생은 ‘아름다운 버섯은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독초지만 버섯무리들의 시각에서 보면 가장 우수한 종자’라고 했다. 답을 외우는 시대는 지났다. 급격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진실된 교육’이 필요하다.”

▶취임후 지난 3년 간 단원고 기억 교실 문제 등 교육계에 현안이 많았다.

“세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단원고 기억교실 존치였다. 기억교실을 남기면 단원고 정상화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250명의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도 보듬어야했다. 기억교실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옮겨 유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치유했다. 아직도 부모님·선생님·학생들에게 세월호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다. 이들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쏟겠다.

누리과정 예산문제도 어렵게 해결했다. 누리과정 예산 1조원을 도교육청에서 부담하면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현저히 줄어든다. 1조 원을 경기도내 2천400여 개의 초·중·고등학교에 공평하게 배분하면 4억 원씩 돌아간다. 학교화장실 개선이나 교실 환경개선 등 학생들의 복지 개선을 위해 쓸 수 있는 충분한 금액이다. 다행히 정부와 경기도가 부담해 해결됐다.

국정교과서는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획일화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였다. 교육감으로서 어렵게 1인시위에 나서기를 결심했던 것이 그 이유였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교육’이 교육감의 모토인데.

“교육은 학생중심, 현장중심으로 실현해야 한다. 지금까지 역점을 둔 것은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책임교육이다. 책임교육의 실현을 위해서는 교육 정상화가 중요하다. 최근 돌봄교실, 방과후학교 등 교육 외에 보육까지 학교가 책임을 떠맡아 선생님들의 부담도 커졌다. 정규 수업이 끝나도 업무를 끝내지 못해 선생님들의 피로가 가중됐다. 올해 성남시와 협의해 돌봄교실의 관리와 운영을 맡게 했다. 지자체가 보육을 맡으면,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더 큰 관심을 쏟을 수 있다.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도 폐지했다. 야자 등으로 녹초가 된 선생님들은 결국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 선생님들이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학생들을 보살필 수 있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동전의 양면과 같지 않나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일부 오해가 있다. 학생인권조례의 핵심은 학생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충돌하는 것이 아니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아이들이 선생님을 존경하면 함께 높아지는 것이 교권과 학생인권이다. 선생님이 아이들과 어떻게 관계 맺는가가 교권 문제를 풀어가는데 가장 중요하다. 훌륭한 스승은 매가 아닌 사랑으로 대하는 스승이다. 학생과 진솔한 대화를 통해 사랑으로 보듬어 달라고 선생님들에게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야자 폐지후 학생들이 사교육시장으로 내몰릴뻔 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꿈의대학을 통해 해결했는데.

“꿈의대학을 구상하게 된 것은 학생 1천명과 만났던 현장에서였다. 아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진로다. 아이들 스스로 꿈을 설계할 후 있도록 하자는 것이 경기꿈의 대학의 목표다. 대학과 도교육청이 함께 만드는 꿈의대학은 고교시절부터 아이들이 다양한 강의를 통해 자신의 꿈과 진로를 탐색하는 기회가 된다. 대학에서 특정 분야의 강의를 들으며 진로를 보다 분명하게 정할 수 있다. 스스로 진로를 정한 학생들은 자부심을 가질 것이다. 경기꿈의대학 강의를 주관하는 학교에도 가급적 학생들과 교감할 수 있는 과목으로 준비해달라고 했다. 수 년내 대학간판이 의미가 크게 축소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주입식교육보다 우리 아이들이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변혁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국정교과서 폐지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교육감의 눈매는 매서웠지만 서술은 담담했다.

“국정교과서는 집필 과정이 투명했다면 이렇게까지 반대가 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는 과거의 사실이다. 이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바로 역사교육이다. 그래서 역사는 관점에 따라 여러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한 가지 사실에 대해 여러 입장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것이지 잘못됐다 또는 편향됐다고 볼 수는 없다.”

▶꿈의대학이 대학진학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은

“그 반대다. 고1부터 고3까지 수강한 내용을 생활기록부에 적어 대학 수시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교육부와 협의중이다. 교육부도 긍정적인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교육부 폐지를 주장했는데 그 이후 대안은

교육현장에서 느낀 것은 바로 도교육청의 올바른 역할에 대한 필요성이다. 도교육청은 교육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교육정책을 연구하고 연구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야 하지만 교육부 지침하달에 따른 사실상 행정을 맡고있다. 새로운 교육정책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할 교육부와 도교육청이 행정을 통해 교사와 아이들을 통제, 감독하고 있다.

교육부도 이제는 그 기능전환이 이뤄져야한다. 국가교육정책의 큰 틀은 교육부가 맡아야 한다. 예컨데, 우리나라는 봄에 학기를 시작하는데, 외국은 가을학기제다. 이러 부분에 대해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무엇이 적합한지를 교육부가 연구해야 한다. 아이들의 성장속도와 세계 변화속도는 굉장이 빠른데 교육정책은 구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육감은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됐다. 이제 답을 외워서 쓰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은 하나의 답을 외우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열개, 백개의 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대변혁이 필요하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천의현·박현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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