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자, 자서전서 비화 털어놔…"29만원은 왜곡보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24일 출간한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에서 12·12 쿠데타 전날 전 전 대통령이 잠자리에서 한 말을 비롯해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비화를 털어놨다.

 또 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단어가 된 '29만 원'에 얽힌 뒷이야기와 장영자 사건 때 이혼을 결심했던 개인사까지도 솔직하게 고백했다.

 ◇ '29만 원'은 추징당한 후 휴면계좌에 붙은 이자 = '전 재산이 29만 원 밖에 없다'는 발언은 오랫동안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조롱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이는 2003년 서울지법 서부지원의 재산명시 심리에서 전 전 대통령과 담당 판사가 은닉 재산의 유무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불거진 발언이다.

 당시 담당 판사가 "예금채권이 30여만 원 정도만 기재돼 있고, 보유 현금은 하나도 없다고 나와 있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전 전 대통령은 "사실대로 적은 것이다. 본인 명의는 없다"고 답했는데 이 발언이 "전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다"고 말한 것처럼 와전됐다.

 이 여사는 당시 연희동 집은 물론, 기타 부동산과 서화류, 사용하던 골프채까지망라해 재산명시서에 기록했다고 회고했다.

 그런데 마지막 완성본을 읽어본 전 전 대통령이 혹시 통장에 얼마간의 돈이라도남아 있을지 모르니 알아보라고 해 검찰이 금융자산을 추징해간 휴면계좌에서 29만1천 원의 이자가 발생한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 여사는 "소액이지만 정확을 기하는 의미에서 29만 원도 기재했는데 일부 언론이 마치 그분이 29만 원밖에 재산이 없다고 주장한 것처럼 왜곡해서 보도했다. 그이후 29만 원은 그분을 조롱하는 상징이 됐다"고 적었다.

 당시 재산목록에 기재된 자산은 경매에 부쳐졌는데 전 전 대통령 내외에게 가장상처를 준 것은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한 진돗개 설이와 송이가 경매에 부쳐진 것이었다고 한다.

 이 여사는 "설이, 송이를 끔찍하게 사랑했던 손주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이를 측은하게 여긴 이웃 주민 한 분이 경매에 참여해서 진돗개가 계속해서 우리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게 해주셨다"며 감사를 표했다.

 ◇12·12 전날 잠자리서 "모든 일은 하늘에 맡깁시다" = 이 여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12 쿠데타 전날인 11일 저녁 가족과 식사 자리에서 중대한 결심을 밝혔다고 전했다.

 전 전 대통령은 무릎을 꿇고 앉은 네 아이에게 "수사 결과 강력한 용의자(정승화 육군참모총장)가 드러났다. 그런데 그 사람이 막강한 힘을 갖고 있어서 아버지가전모를 밝히려 하다가는 자칫하면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버지는 너희를 다시는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한다.

▲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가 방대한 분량의 회고록을 잇따라 출간한다. 자서전에는 12·12 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자신들과 관련된 현대사의 주요 사건에 대해 스스로 관점을 담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진은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24일 출간한 '당신은 외롭지 않다' 자서전 표지. 연합
 이 여사는 남편이 "설사 일이 잘못되고 그로 인해 너희가 불행해지는 일이 있다고 해도 오늘 밤 내가 한 이야기를 꼭 기억하고 용기를 갖고 살아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머님을 잘 모시도록 해라"라며 일종의 유언을 남겼다고 했다.

 이 여사는 아이들이 아버지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했으나 장남인재국 씨가 "아버지가 옳다고 생각하시는 일이면 소신 있게 해나가십시오. 저희는 아버지를 믿고 신뢰합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여사는 그날 밤 남편이 잠자리에서 "모든 일은 하늘에 맡깁시다. 사심 없이 하는 일이니 하늘의 보살핌이 있을 것이오"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장영자 사건 때 이혼 생각해 = 장영자·이철희 부부 사기사건에 이 여사의 작은 아버지인 이 규광 씨가 연루돼 구속되자 이 여사는 남편을 위해 이혼까지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장영자 씨가 이 여사의 이름을 팔며 행세한 탓에 이 여사는 권력을 이용해 엄청난 일을 저지르는 여자, '큰 손'으로 온갖 부도덕한 사치와 이권에 개입하는 여자, 탐욕으로 가득 찬 권력형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매도당했다고 했다.

 이 여사는 "절망적 상황에서 그이를 위해서라면 이혼, 아니 목숨이라도 끊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그런 소심한 말을 들으며 남편은 얼마나 기막히고 허탈한 심정이었을지 지금도 기억할 때마다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에 그분을 바로 바라볼 수 없다"고 적었다.

 ◇5·18 희생자 천도기도 올려…"우리 내외도 5·18 희생자" = 전두환·노태우 재판이 진행되던 중 이 여사는 한 스님으로부터 "광주사태로 희생된 영가(靈駕·영혼의 다른 말)들이 원한을 품고 구천을 헤매고 있어 나라가 시끄럽다는 말을 들었다.

 이 여사는 스님에게 "저희 때문에 희생된 분들은 아니지만, 아니 우리 내외도 사실 5·18 사태의 억울한 희생자지만 그런 명분이 그 큰 슬픔 앞에서 뭐 그리 중요하겠어요. 광주 망월동 묘역에 있는 영가의 이름을 적어다 주시면 지성을 다해 기도해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여사는 광주 희생자 224분과 5·18 진압 중 목숨을 잃은 군인, 각종 시위로 숨진 학생과 경찰, 아웅산 묘소에서 숨진 순국선열과 KAL기 격추사고로 돌아가신 263분 등의 명복을 비는 천도 기도를 49일간 올렸다.

 이 여사는 49일간 광주 희생자 등의 명복을 비는 천도 기도를 올렸다고 하자 옥중의 남편도 말을 잇지 못했다고 적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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