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무명', '무소속'…후보 난립에 유권자 혼란·행정력 낭비 우려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19대 대통령선거 레이스가 벌써 과열 조짐을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5·9 대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이래 26일 현재까지 18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등록무효 처리된 2명을 포함하면등록 인원은 20명에 달한다.

 이는 매일 최소한 1명 이상씩 등록을 한 셈으로,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예비후보 등록 마감시한인 4월 14일(후보등록 개시일 전일)까지 등록 인원이 지금의 두 배 수준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예비후보 중 당적을 가진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박주선 국회부의장,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 외 늘푸른한국당 이재오·민중연합당 김선동·한반도미래연합 김정선 후보 등 9명이다.

 원내 2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아직 선관위에 등록된 예비후보가 없다. 앞서 등록했던 한국당 소속 주자들이 경선 탈락 후 등록무효 처리가 됐기 때문이다.

 나머지 9명의 예비후보는 모두 무소속이다. 이중 남재준 전 국정원장 정도를 제외하면 일반 대중에는 '무명'에 가까운 후보들이 대다수이다.

 직업별로도 정치권과는 거리감이 있는 전기기술자, 역술인, 원예학 박사, 의료기기제조업체 대표 등이 다수를 차지하고, 당선가능성이 희박한데도 총선이나 대선 때마다 얼굴을 내밀었던 군소 '단골후보'도 적지 않다.

 일반인에게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무명이거나 제대로 된 조직조차 갖추지 못한 무소속 후보 중 다수는 그저 이름을 알리기 위해 예비후보 등록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대선 예비후보제도는 정치신인들에게 선거운동의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도입됐으나, 동시에 후보자 난립에 따른 유권자 혼란과 행정력 낭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후보 난립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예비후보제도는 국민의 피선거권 확대 차원에서 꼭 필요한 제도"라면서 "또 예비후보 기탁금제도가 도입되면서 이런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예비후보 기탁금 규정이 없었던 지난 17대 대선에서는 무려 186명이 예비후보자로 등록했지만, 이후 기탁금 규정이 도입되면서 제18대 대선에서는 예비후보자 수가 10분의 1 수준(18명)으로 줄었다.

 19대 대선 예비후보 기탁금은 6천만 원(후보자 기탁금 3억 원의 20%)이다.

 공직선거법 57조(기탁금의 반환 등)에 따르면 예비후보자가 사망하거나 소속 정당의 당내경선에서 탈락해 등록무효 처리가 될 경우에는 납부한 기탁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당내 경선을 치르지 않는 무소속 예비후보를 포함해 예비후보자가 중도에 자진해서 사퇴하는 경우에는 돌려받을 수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26일 "정당별 당내경선이 마무리되는 대로 등록무효 인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또 다음 달 15일 공식 후보등록이 시작되면 상당수는 3억원의 기탁금 때문에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선거 현장에 우려할 만큼의 혼선은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후보 난립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비후보 등록 또는 기탁금 반환 요건을 더욱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시민의 정치참여를 확대함으로써 얻는 긍정적인 효과를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선관위는 지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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