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의 탄생│김종영│휴머니스트│440페이지



‘지민의 탄생’은 지식엘리트와 정치엘리트의 공고한 지배지식동맹과 그에 맞선 시민지식동맹의 분투를 그린 책이다. 이 책의 저자 김종영 교수는 현재 경희대 사회학 교수로 재직중이며, 지식사회학, 과학기술사회학, 교육사회학, 사회운동론, 세계화의 사회학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저자는 삼성과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결합이 보여준 것처럼, 지식엘리트와 정치엘리트가 결합된 지배지식동맹은 시민들이 위임한 전문가로서의 자격을 빌미로 시민들을 상대로 지식정치를 펼친다고 봤다. 또한 그 지배지식동맹의 집요하고 교묘한 지식정치에 대항하는 시민들과 대항전문가들의 반격도 지식정치의 일환이라고 봤다.

2017년은 한국 역사에서 유래 없는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는 순간이자 삼성반도체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 씨의 10주년이 되는 해다. 촛불에서 봤듯 시민은 이제 단순히 시민으로서의 권리만 행사하는 존재가 아니다. 저자는 이들은 온갖 전문가적 지식으로 무장해 시민들을 우민화하려는 지배지식동맹에 맞서는 지적 주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바로 여기에서 시민이 눈을 뜨고 지적 시민이 탄생한다고 관측했다. 저자는 이들을 책에서 ‘지민(知民)’이라고 명명했다. 이 책에는 삼성백혈병과 반올림운동, 광우병 촛불운동과 탈경계정치, 황우석 사태와 과학정치, 4대강 사업과 지식 전사들 등에 대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2000년 이후에 일어난 삼성백혈병 사태, 광우병 촛불운동, 황우석 사태, 4대강 사업, 최순실 국정농단 등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주요사건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그 프레임의 실체를 벗겨내고자 연구했다. 누가 이 사건들을 움직이고, 그에 대항해 싸운 주체들이 누구인지 밝혀내고자 했다. 이후 그때마다 지민이 분투한 10년의 기록을 이 책으로 엮어냈다.

가장 최근 사건으로는 비선실세 최순실에겐 약 500억 원 이상 지원한 삼성이,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유해물질로 인한 백혈병으로 죽은 노동자 고 황유미 씨에겐 고작 500만 원 을 배상금으로 준 최고 엘리트 집단 삼성이 구축한 지배지식동맹의 실체와 그에 10년간 맞선 이들 간의 싸움을 들여다봤다.

더 이전으로 넘어가면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막대한 재원과 지식기구를 동원해, 4대강과 관련된 전문가들이 정부 정책에 동조하지 않으면, 그들의 생존과 연구를 위협하는 방식으로 무리하게 추진한 4대강 사업을 제시한다. 하지만 저자는 정부의 이런 끈질긴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전문가들의 소신도 함께 관측한다. 이를 통해 정부와 자본의 카르텔에 포섭된 지식인과 그에 대항하는 전문가들이 공존함을 분석했다.

그보다 더 이전 시점으로 넘어가면 한미 FTA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때엔 광우병 위험이 있는 소의 수입을 전량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뀌자 입장이 정반대로 바뀐 한나라당 관료의 모습을 통해 지식엘리트들의 정치엘리트에의 종속을 파헤친다. 이를 통해 지배지식동맹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국가를 중심으로 한 이 지배지식동맹에 맞서 촛불운동을 전개한 시민지식동맹의 도전도 함께 다룬다.

마지막으로 2000년대 초, 국가주의에 함몰된 광신으로 빚어진 황우석 사태를 통해 우리나라 과학정치의 민낯을 드러낸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단 하나다. 그것은 지난 한국사회의 적폐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직시하고 그것을 극복해 새로운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식민주주의에 주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고자 함이다. 황호영기자/alex1754@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