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덜팅│켈리 브라운│메디치│380페이지



어느날 뜨거운 국물을 삼키고 “으~ 시원하다”라고 감탄사를 내뱉는 나를 발견하고,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으며 어른으로 지위가 상승했음을 보여주기도 하고, 아메리카노를 아침마다 보약처럼 들이켜고선 그 쓴 맛을 어른의 맛이라 일컫기도 한다. 그렇게 어른이 된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스무 살이 넘으면, 19금 성인 인증을 받고 술집에 드나들면 과연 어른일까? 아니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나 혼자 산다’면, 남들처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어른이 되는 건가?

‘어덜팅’은 이 질문들에 대해 ‘아니다’라고 말한다. 자신이 정말 어른이 됐다 여긴다면, 어른 대접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증명은 본인의 몫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증명은 “저도 어른인데,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세요!”라고 소리 지르는 사춘기같은 방식으로는 할 수 없다. 이 책의 저자 켈리 브라운은 먼저 좀 더 살아본 언니, 혹은 누나로서 ‘어른처럼 보이는 깨알 팁’을 전수한다.

이 책의 제목 어덜팅adulting은 명사 adult(어른)에 ‘~ing’를 붙여 동사로 만든 신조어다. 옥스퍼드 사전이 지난해 올해의 말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던 ‘어덜팅’은 책임지는 성인의 특징에 맞게 행동하는 관행, 세속적이지만 필수적인 일들을 성취하는 것을 가리킨다. 남에게 민폐 끼치지 않고 제 한 몸 오롯이 홀로 서는 행동이 바로 어덜팅인 것이다. 여기에 착안한 이 책의 기본 전제는 어른이란 완성된 명사가 아니라 행동으로 채워나가는 동사라는 명제라는 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당당하고 주체적인 삶을 가능케 할 어른의 마음가짐, 가족 관계, 집안 살림, 직장 생활, 재정 관리, 연애, 위기 상황 대처 등 분야별로 463가지 체크리스트를 제시한다. 물론 어디에서 ‘반드시’라는 조건은 붙지 않는다. 소위 꼰대처럼 무게 잡는 인생 상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알게 되지만 누구한테 묻기는 애매한 팁들을 본인의 경험에 기반해 제시한다.

이 책속의 팁을 조금씩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어른인 척, 어른이 되어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황호영기자/alex1754@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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