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30대女 원룸 살인사건의 전말

▲ 시흥 30대 여성 살인사건 용의자인 이모씨가 방화 후 달아나는 모습. 사진=시흥경찰서
시흥의 한 원룸에서 발생한 30대 여성 살인 방화 사건은 단돈 200만 원의 채무관계로 인한 갈등 때문에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시흥경찰서는 28일 살인 및 방화 등 혐의로 이모(38·여)씨 등 2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시신발견 하루 만인 27일 오후 8시 15분께 서울 서대문구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이씨는 지난 20일 오전 5시께 시흥시 정왕동 A(38·여)씨의 원룸에서 A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시신을 방 안에 방치해놨다가 26일 오전 3시 40분께 원룸에 다시 찾아가 시신 상반신에 종이박스와 옷가지 등을 올려놓고 불을 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이씨는 지인인 A씨에게 200만원을 빌린 뒤 갚는 문제를 놓고 다투다가,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무시하는 듯한 말에 화가 나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가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으며, A씨를 살해하기 전 고문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씨는 A씨 명의의 대출을 받기 위해 A씨를 끈으로 묶은 뒤 흉기로 찔러가며 휴대전화 잠금패턴과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A씨 시신에서 무려 40여차례의 흉기 상흔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경찰은 이씨가 A씨로부터 대출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수십 차례 흉기를 휘두르다가 20일 오전 5시께 목과 배에 치명상을 입혀 살해했다고 보고 있다.

이씨는 살해범행 뒤 A씨의 휴대전화를 이용, 제2금융권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A씨 명의로 1천만 원을 대출받으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찰은 이씨가 A씨를 상대로 개인정보를 알아내던 중 원룸 현관문 비밀번호까지 물어본 것은 추후 다시 방문해 시신에 불을 질러 증거를 인멸하려는 계획까지 세웠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이씨는 살인 범행 후 26일 새벽 원룸을 다시 찾아와 시신에 불을 놓고 달아났다.

숨진 A씨는 지난 26일 오전 7시 55분께 “이웃집에서 연기가 난다”는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발견됐다.

시신은 상반신에 박스와 옷가지 등이 올려진 채 불에 탔고, 얼굴과 지문 등이 불에 일부 훼손된 상태였다.

이씨가 불을 지른 것은 오전 3시 40분께였지만, 불이 자연 소화되면서 연기가 나 4시간여 뒤 이웃이 알게 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씨와 함께 있다가 긴급체포된 강모(48)씨는 경찰조사에서 “범행에 대해 전혀 몰랐다”라고 진술하고 있으나, 경찰은 이씨가 방화할 당시 강씨가 이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통화내역을 조작한 것으로 미뤄, 범행 은폐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오늘 중 이씨에 대해 살인 및 방화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며, 강씨는 범인은닉 등 혐의로 추가 조사한 뒤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형수기자/vodoki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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