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9시 수원 고색파출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알콜중독인 임신부가 남편을 폭행한다는 신고전화다. 알콜의존 중기인 이 임신부는 공격적인 언행과 합병증을 앓아 임신전까지는 병원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임신후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해 약물치료 등이 중단되면서 알콜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병원은 경찰이 이 임신부를 인계해 입원치료를 요청했는데도 거부했다.

 경찰은 "이 가정에서 가정폭력신고가 여러 번 접수됐다. 가족 동의하에 알콜중독 치료병원으로 인계했는데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이유로 입원치료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경기지역 알콜중독 치료병원 10곳 중 8곳이 알콜중독 임신부의 입원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신부가 사고발생이 높은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이유인데, 치료거부가 위법은 아니지만 치료중단시 병을 악화시키고 태아에도 악영향을 끼쳐 대의정성(大醫精誠)등 의료의 윤리적 지침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중부일보의 자체 전화조사결과 안양 H병원, 안산 S병원, 부천 B·D병원, 용인 E병원, 고양 L병원, 김포 K병원, 포천 I병원 등 8곳은 임산부의 입원치료를 거부했다. 이 병원들은 "가족과 환자 본인이 입원을 요청해도 알콜중독 임신부에 대한 입원은 물론 통원치료도 불가능하다"고 유선상 밝혔다.

 김포 K병원 관계자는 "알콜중독 임신부의 경우 약물치료가 불가능하고 치료 중 태아나 임신부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응급대처가 어려워 임신 가능성이 있거나 임신한 알콜중독 환자는 치료할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알콜중독 임신부의 경우 아이의 신체적·정신적 결함이 발생하는 태아알콜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고 임신부 또한 사망에 이르게 할 만큼 위험하기 때문에 일반환자보다 더욱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알콜중독 임신부들을 치료할 수 있는 정신과·내과 병행 알콜중독 전문병원이 태부족한 상태다. 알콜중독 임산부를 치료하는 병원은 경기지역내 의왕 다사랑 중앙병원, 고양 카프성모병원 등에 불과하다.

 카프성모병원 박우리 진료과장은 "여성 알콜중독자는 중독이 빨리 진행되고, 중독으로 인한 신체질환이 발병하는 경과도 빠른 추세라 전문의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며 "임신부의 경우 수시로 약물치료 경과를 살피고 태아의 발달상태도 확인해야 해 정신과만 있는 전문병원에서는 치료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연도별알콜중독자 추계자료에 따르면 경기지역내 여성 알콜중독자 수는 2014년 9만7천453명, 2015년 9만9천217명, 지난해 10만1천115명으로 늘었다.

 특히 만 19세에서 만 39세까지의 가임기 여성의 고위험음주율(1회 평균 음주량이 5잔 이상이며 주 2회 이상 음주)도 2014년부터 3년 간 8.8%, 8.9%, 10.6%으로 매년 증가추세다.

 

 박현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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