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버려진

아침부터 버려지는 비가
타닥 타닥, 타닥 타닥,
땅바닥에서 부서진다.
주인은 갈 길이 멀어 힘이 드는지
하루 종일 짐 버리듯 버려진다.
그동안에 정(情)도 잊은 채
버리는 이는 홀가분하겠다.

버려진 것은
세상 밖으로 버려질 때까지
초라하게 부서져야 한다.
아무도 아랑곳하지 않는 무관심으로 남겨진 뒷골목
버린 이를 버리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외로움을 모르는 이들은 알 수가 없다.
홀로 과거를 되새김질하며 보내는 동안에
원망(怨望)은 외롭기 전에 일이다.

오후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
화려한 우산을 펴고 걸어가는 사람들 발밑으로
버려진 우산이 홀로
타닥 타닥, 타닥 타닥......
비에 젖어 간다.


양상용
서울 출생. 대한문학세계로 등단. 공동시집 ‘햇살 드는 창’ 출간. 현재 대한문인협회원,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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