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판결이후, 모든 국민들의 관심은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가에 쏠려있다. 3월 28일 ‘바른 정당’이 유승민 의원을 후보로 선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야말로 본격적인 대통령선거전에 돌입하였다.

물론 박근혜 정권의 몰락으로 정권이 야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이번 선거는 어쩌면 가장 싱거운 대통령선거가 될 지도 모른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혹은 ‘뒤집힌 경기장’이라는 표현들처럼 하나마나한 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현재 지지도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후보는 이른바 ‘대세론’을 내걸고 수많은 각계 인사들을 캠프에 끌어 모으고 있다.

때문에 자칫 이번 선거는 박빙의 승부도 없고 후보자간에 치열한 정책 공방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대통령선거는 후보자나 정당들이 정책을 내놓고 벌이는 경쟁이 아니라 지역감정 같은 준봉적 투표성향이 크게 지배해왔다. 대선기간 중에 치러지는 후보자간 TV토론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후보들이 내놓는 정책공약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치나 신뢰도도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한마디로 우리 대통령선거는 아직도 인물 본위의 선거전이 지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선거기간 중에 부각되는 쟁점들도 후보의 과거 전력이나 개인 신상과 관련된 이른바 ‘네거티브(negative) 이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 대선 때도 ‘박근혜 후보 아이패드 컨닝설’ ‘문재인 아버지 인민군설’ 같은 비방성 루머들이 난무했었다. 이미 각 정당의 경선과정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이번 대통령선거 역시 정책이나 이념보다 상호 비방전이 기승을 떨 가능성이 더 높다. 더구나 대통령 탄핵을 놓고 극단적으로 대립했던 찬·반 진영간 감정대립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기에 선거기간 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과 재판이 진행되게 되면 그 양상은 한층 더 가열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이번 선거는 진영논리에 바탕을 두고 진위를 판가름 할 수 없는 각종 ‘설’들로 도배될지도 모른다.

더 우려되는 것은 지금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가짜 뉴스(fake news)’들이다. 작년 12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Trump) 후보가 당선된 것도 마케도니아의 발레스(Vales)라는 작은 마을의 20대 청년들이 인터넷에 유포시킨 가짜뉴스들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대선기간 중에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본 뉴스가 ‘Ending the Fed’라는 페이크사이트에서 유포한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하기로 했다’는 가짜뉴스였다. 이 기사는 선거기간 중에 무려 96만건의 클릭 수를 기록했다. 때문에 가짜뉴스의 숙주라고 비난받았던 Google과 Facebook은 선거직후 사과와 함께 대책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렇게 가짜 뉴스들이 창궐하는 이유는 경제적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내용을 불문하고 클릭 수에 따라 광고단가가 결정되는 인터넷 포털과 SNS의 수익 메커니즘은 사실여부를 떠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선정적이고 극단적인 내용이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가짜뉴스를 유포한 이유가 열광적인 지지자들 때문에 더 큰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가짜뉴스 유포자들의 주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기와 생각이 같은 뉴스만 골라 보고 싶어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의 심리상태가 가짜 뉴스를 창궐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자기와 성향이 같은 사람들과의 동질성을 바탕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는 SNS는 가짜뉴스를 더욱 위력적으로 만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인터넷과 SNS를 통해 확산되는 가짜뉴스는 특정 이념이나 정서를 공감하고 있는 집단들의 성향을 더욱 극단화시켜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게 된다. 이는 ‘네거티브 캠페인’처럼 정치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조성하는 이른바 ‘자해(自害)산업효과’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가짜뉴스들이 성행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후보자간 비방전은 우리 선거의 단골 메뉴다. 여기에 대통령탄핵을 거치면서 진영간 적대감정도 크게 고조된 상태다. 더욱이 세계 최첨단을 자부하고 있는 인터넷·모바일 네트워크를 가진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어떤 법적 근거도 실질적인 규율능력이나 의지도 없는 상태라는 점이다. 어쩌면 이번 대통령선거는 망국적 진영논리에 바탕을 둔 가짜뉴스들이 창궐하는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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