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대선주자 <4> 안희정...이병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안희정 충남도지사 지지선언 이후 언론에서는 왜 이병완은 문재인이 아닌 안희정을 선택했냐고 묻습니다. 안 지사는 2017년 시대정신의 적임자로 대통령이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안희정의 전도사 노릇을 하겠다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이병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스스로를 ‘안희정 전도사’라고 칭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이 전 수석은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노무현 재단 이사장 선후임 관계로 각별하다. 이 전 수석은 “(문 전 대표는)인격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한 그에게 사람들이 왜 문재인 전 대표가 아닌 안희정 지사를 지지하냐고 물으면 그는 이렇게 답한다고 했다.

“안 지사는 김대중 노무현의 시대정신을 물려받은 정치적 적자입니다. 9월 안 지사 지지 선언이후 10월 초에 목포대학교에서 교수와 학생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어요. 당시 주제가 ‘2017년 시대정신은 무엇인가’였는데 특강에서 저는 ‘시대교체·세대교체·성과와실적’ 이 세 가지를 들어 안 지사가 다음 대통령을 맡는 것이 대한민국 시대정신에 부합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안 지사는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압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마주한 여러 과제들을 능력 있게 끌고 갈 사람은 안희정이라고 보기 때문에 ‘커밍아웃’을 했죠.”

대통령 후보 안희정이 아닌 인간 안희정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 전 수석은 ‘담금질’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광주의 항쟁에 분개해서 유인물을 나눠주다 적발이 돼서 제적을 당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1980년 5·18 당시 기자들 몇명과 광주에 내려갔습니다. 그 뒤부터 27일까지 머무르는 동안 잊고 싶을 정도로 공포 속에서 지냈습니다. 그런데 광주도 아닌 대전에서 16세 학생이 울분에 차서 나섰다는 말에 부끄러움이 밀려왔습니다. 이 부끄러움은 수감이후 야인시절 안 지사의 모습에서도 느꼈습니다. 당시 정권을 만든 주역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빛나는 일을 하던 때 그는 아무 요구도 없이 연구실 한 켠에서 책만 읽고 있었어요. 당시 불평은 커녕 후배들을 격려하던 친구였어요. 연구소에서 ‘밥이나 먹으러 가지’라고 말하자 안 시자가 ‘형님 저 돈 없습니다. 멀리서 오셨는데 형님께서 점심 사셔야 합니다’라고 합디다. 그 말이 저를 참 부끄럽게 하더군요.”

그가 강조한 ‘2017년 시대정신’은 5·16 이후 대한민국 반세기 이상 지배해왔던 ‘박정희 시대의 종언’이라고 했다. 민주화 30년 대립의 정치 종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대교체의 동력은 세대교체에서 시작해야 하며 시대적 전환기에 시대의 강을 넘는 지도자가 나와야 가능하다고 했다.


“1987년 민주주의를 성취시킨 이들은 연대와 협치의 정신이 있습니다. 여의도에서 분열과 대립의 날을 세웠던 정치인들은 이미 구조적인 대결구도를 갖고 있습니다. 누가 되더라도 그 대립구조는 타파하기 힘들고 반복될 수밖에 없죠. 그건 새 시대정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인물은 민주화를 이끌어낸 386 지도자들이고 그 적임자가 안희정 지사였습니다.”

이 전 수석은 안 지사에 대해 ‘협치의 정치와 일관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권후반 인기가 시들자 기회주의자들이 민주당을 탈당하던 시기에도 민주당에 남아 대통령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또한 도지사로 7년간 여소야대 속 도정의 평가에 있어 70%이상의 지지와 호감을 받는 지도자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도정에서 보여준 성과가 그를 지지하는 객관적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처한 외교적 위기, 남북관계 위기, 민생과경제 위기, 정치의 위기를 푸는 것은 정책이 아닌 정치에서 리더십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협치와 연정, 대연합이 없이는 시대적 위기 요소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수석은 안 지사야 말로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을 통합하는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안 지사와 영국의 토니 블레어를 비교하기도 했다.

“정치가 지지자나 지역의 한을 푸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독재나 민주화에 맞섰을 때 가능했습니다. 1987년 이후 민주주의 30년째가 됐다면 이제 좀 더 차원이 높아진 정치를 해야 합니다. 정치가 말로만 통합을 외치고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지지자들의 한을 풀자고 정치하면 다음 정권이 들어오면 도돌이표 밖에 되지 않습니다. 누군들 분노가 없고 정의가 없겠습니까. 정치는 국민 전체와 국가 이익의 관점에 따라 움직이는 것입니다. 중도좌파 노선인 ‘제3의 길을 만들겠다’며 나타난 영국의 토니 블레어는 노동당의 총리였지만 전 정권이었던 대처의 좋은 정책과 노동정책의 이상을 합쳤습니다. 이념보다 실용성을 강조하며 12년 이상 정권을 이끌어왔어요. 대한민국도 이제 그런 날이 온 겁니다.” 나은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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