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주로 농업용수 저장과 공급 기능만을 담당했던 저수지가 최근 들어 도시민들에게 쉼터와 힐링 등 복합기능을 갖춘 친수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많은 지자체에서 저수지를 활용한 레일바이크와 둘레길, 생태체험 등 다양한 관광상품을 내놓고 있고 경관이 좋은 저수지 주변에는 대단지 아파트 등 주거단지가 조성되고 있어 앞으로도 저수지를 찾는 주민들의 발길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저수지는 과거와 달리 농업기반시설로서의 기능 외에도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가치와 편익을 제공하는 친숙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저수지 안전관리에 대한 필요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경기지역에서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저수지는 112개소이다. 이중 준공된 지 50년이 넘은 저수지가 64개소로 57%를 차지하고 있어 안전관리에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공사는 이를 위해 분기별로 저수지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재해나 사고발생 등으로 시설물 안전에 이상 징후가 있을 때는 긴급점검을 실시하고 보수·보강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준공 후 10년 이상 경과된 저수지는 5년마다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는 등 시설물 관리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대규모 홍수, 태풍, 국지성 호우 등 극단적 기상현상이 빈번해짐에 따라 댐이나 저수지 제방 붕괴와 같은 예상하지 못한 비상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지난해 9월 발생한 경주 지진은 더 이상 우리나라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며칠 전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오로빌 댐 붕괴 우려에 따라 주민 19만명이 긴급 대피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토양침식에 따른 배수로 파손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댐 붕괴 가능성이 이미 10여년 전 부터 제기되어 왔으며, 예고된 위험이었지만 재정문제 등으로 보수, 보강을 미뤄왔던 결과라는 것이다.

태풍과 지진 등으로 저수지 제방이 한순간에 무너진다면 하류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2013년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산대저수지 제방이 붕괴되었을 당시 직접 피해액은 2억여원에 불과했지만 복구비를 포함한 전체 개보수 비용만 34억원 규모였다. 산대저수지가 25만톤 규모의 비교적 작은 저수지이고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지역의 경우 피해액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경기지역은 100만톤 이상 저수지가 45개소로 전체의 40%를 차지하며 인구밀도가 높고 도시지역에 인접한 저수지가 많아 저수지 붕괴 시 피해액과 복구비용은 최소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적인 점검과 보수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지만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는 이유로 미리 대비하지 않는다면 재난을 막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해 정승 사장 취임 이후 수리시설의 설계기준 등 관련 규정을 현재의 기후변화 상황에 맞게 현실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저수지와 방조제 등 시설물 내진 설계와 보강작업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저수지에 자동수위계측기, 지진계측가속기를 설치하고 무인항공기(드론) 등 ICT를 활용한 과학적인 물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공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안전관련 사업과 재해예방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예산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우리 후손들이 사고와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승주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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