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경실련은 ‘광교상수원보호구역해제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에 참여하고 있다. 수원경실련이 참여키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이 사안이 추진되었던 모든 과정이 철저하게 비민주적 방식이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비상취수원의 존폐 여부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문제는, 수원시민들의 비상시 먹는 물과 광교산의 자연 생태계 보전이 걸린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이 사안을 수원시는 처음부터 염태영 시장과 몇몇 관료들만이 모여서 철저하게 비밀리에 추진했다. 거의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뒤 관련 시민단체들과 수원시의회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을 뿐이다.

이후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수원시는 절차상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염태영 수원시장의 직접적인 사과와 해명은 지금까지도 없다. 통치행위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는 ‘민주주의’에서 통치자의 기본이다. 기본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염태영 시장의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후 수원시가 이 갈등을 봉합해 보겠다고 내놓은 대안이라는 것이 바로 ‘좋은시정위원회’라는 ‘거버넌스’ 기구에 권한을 위임한 것이었다. 이것을 보며 ‘과연 염태영 수원시장이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회의감을 갖게 되었다.

우리가 운영하는 ‘민주주의’는 ‘대의제 ‘민주주의’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시민의 직접 통치체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동의에 기반한 통치체제’를 의미한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얼마나 좋은 대표자를 선출하는가의 문제, 이 대표들에게 위임된 권력이 얼마만큼 선용되도록 할 것인가의 문제, 그리고 통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가의 문제와 연결된다.

그리고 주권자인 시민들이 권력을 위임한 공식 대의 기구는 ‘의회’다. 필자가 “너는 왜 그렇게 의회를 강조하느냐?”라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어가면서까지 의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주권자인 시민들의 일반의지를 조직하고 권위와 정당성과 구속력이 있는 정책과 대안을 형성하는 역할은 오직 의회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회와 정치가 아무리 무능하고 비난과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의회가 제 역할을 감당하게 해야지, 의회를 배제하고 우회하는 것은 결코 ’민주주의‘의 방식이 아니다.

염태영 시장은 ‘좋은시정위원회’라는 거버넌스 기구가 시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기구라고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 혹은 자신 또한 선거를 통해 선출된 수원시민들의 대표니, 자신이 위임을 하면 그것이 곧 시민들의 권력이 위임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어떤 식으로 생각해 봐도, 염태영 시장의 통치 행위는 결코 ’민주주의‘의 방식이 아니다. 수원 시민 중 어느 누구도 좋은시정위원회에 권력을 위임한 적이 없다. 따라서 광교상수원보호구역해제 문제는 좋은시정위원회에서 논의될 사안이 전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시정위원회에서 어떠한 논의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은 정당성과 권위를 갖지 못하는 한계가 너무나도 명확할 수 밖에 없다.

염태영 시장과 수원시는 좋은시정위원회의 권고안이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사회적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글쎄, 과연 그러한 생각에 동의하는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이 사안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수원시민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배제되었고, 그렇게 배제한 주체가 염태영 시장과 수원시라는 것은 과연 인정할까? 엄연히 존재하는 공식 대의기구인 의회를 이처럼 무시하는 수원시장이 좋은시정위원회의 권고안을 시민의 뜻으로 포장하려 했을 때, 과연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그 뜻을 이해해 줄까? 아무리 생각해도 회의적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고 확신하는 방식으로 시정을 운영하겠다면 그리 하시라고 말하겠다. 어차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년 지방선거라는 가장 ‘민주적인’ 공간에서 감당하게 될 것이다. 다만, 본인이 확신하는 그 방식을 ’민주주의‘라고는 하지 마시기를 바란다. 최소한 광교상수원보호구역해제 문제와 관련해서, 염태영 시장의 통치 행위 중 단 하나라도 민주적이었던 적은 없다. 범대위와 수원경실련은 ’민주주의‘를 강력하게 지지하며 따라서, ’민주주의‘라는 아름다운 언어가 그런 식으로 사용되는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유병욱 수원경실련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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