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대선주자 <5> 이재명-하동근 판교 생태학습원장

“경찰의 수배 명령이 떨어지고 체포되면 변호사 자격이 박탈될 상황이었어요. 그 때 경찰의 눈을 피해 찾아간 곳이 성남주민교회 지하실이었습니다. 경찰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성남의 명동성당 같은 곳이죠. 옳은 일을 하고도 도망 다니면서 느낀 좌절 속에서 인권변호사 이재명은 정치인으로의 삶을 선택하게 된 겁니다.”

판교 생태학습원 하동근 원장은 성남 시민사회 원로다. 20대 초년 변호사 시절부터 50대 대선후보가 된 이재명 후보의 멘토라 불린다. 그는 이 후보가 정치인의 삶을 걷게 된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했다.

“경영상의 이유로 성남에 있던 응급의료센터가 문을 닫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성남의 구시가지에서 발생한 응급환자가 이송 중에 응급실을 떠돌다 사망하게 되죠. 서울이었다면 사건이 크게 보도됐겠지만 변두리에서 사건은 묻혀졌습니다. 그 때 우리가 이윤추구의 문제로 응급의료센터를 세울 수 없다면 시립으로라도 세우자고 다짐했죠. 응급의료센터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우리는 성남시립의료원을 설립하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서명을 받으러 다녔습니다. 총 14만 명의 시민이 함께했죠. 시민의 힘으로 의료원을 세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조례안이 단 몇 초 사이에 폐기되어 휴지조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때의 분노와 허탈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재명도 그랬을 거예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면 어땠을지 모르지만 이 후보는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하 원장은 온몸으로 저항했던 이재명 변호사의 당시 모습을 기억했다. 지역을 바꾸기 위한 행동이 이재명을 이 자리까지 오게 한 것이라고도 했다. 하 원장에게 처음 시민운동을 하던 20대 초반의 이재명에 대해 묻자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란 대답이 나왔다.

“90년대 초반에 이재명 변호사를 처음 봤는데 당시 굉장히 액티브하고 파이팅 넘치는 모습이었죠. 언제나 약자들의 편에는 이재명 변호사가 있었죠. 그리고 타협할 줄 모르는 모습은 지금도 그대롭니다. 그게 이재명의 철학 같은 것입니다.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불같은 성격도 당시에도 그랬어요.”

이재명 후보가 촛불시위와 대통령 탄핵 등 민감한 정치문제에서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근본적 이유 또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따.

“사건 현장에 있다 보면 판단할 일이 많습니다. 판단을 내릴 때 치밀하게 변수를 고려하는 판단과 즉각적으로 내리는 판단이 있죠. 이재명 후보는 후자입니다. 판단을 내리느라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시간을 매우 아깝게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변호사들이라면 텍스트에 기반한 법전, 판례조사가 우선이지만 그는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대신 명분이 있는 한 즉각적으로 행동합니다. 촛불시위 참석이나 이재용 구속 등을 가장 먼저 주장하는 행동의 기반에는 현장에서 판단을 내리는 그만의 캐릭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 원장에게 이재명 후보가 다른 정치인들과 보이는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한결 같이 착한 표정을 짓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재명 후보의 장점이자 단점이 표정을 보면 바로 드러난 다는 것입니다. 표정을 보면 이 사람의 희노애락의 상태가 분명하게 티가 나요. 개인적으로는 좋은 점이지만 선한 표정을 지어야 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론 단점이죠. 엄숙하거나 착한 표정을 짓는 연기를 본체 못하는 사람입니다. 또 계산해서 말하는 것을 못합니다. 그게 이재명 지지자 입장에서 보면 허례허식이 안 보인다고 할 수도 있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건방지다는 오해를 부르기도 합니다.”

대선주자로 성남시장이라는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하 원장은 “성남에서 했던 것은 작은 것일지 모르지만 크게 보면 국가정책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방과 외교, 안보 등 국가의 안위를 정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다를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가 성남에서 시도했던 일들은 결국 국가정책과 그 성격이 다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범위가 아니라 시민들을 위해 어떤 것이 좋은 지라고 봅니다. 성남시나 다른 광역단체나 좋은 것을 시도 하는 건 규모는 다를지라도 그 성격에 있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지도자에게 필요한 건 시민들의 필요를 읽고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느냐 입니다.”

하 원장은 지도자로 독점적 권력을 해체할 수 있고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업을 수행할 인물은 그 뿐이라고 했다.

“잘못된 체계에 문제제기를 하고 바꿔야 하는 데 기성 정치인들은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죠. 체제의 적폐를 청산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인 중에 전경련 해체하자고 말하는 사람 누가 있나요. 정치인과 경제인이 결탁해 특수 이익을 받는 구조의 시스템을 끊을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이재명뿐입니다” 나은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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