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이다. 사업을 관장하고 실행하는 공무원들과 산하기관 실무자들은 벌써 과거 경험을 떠올린다. 창업 말고도 얼마나 많은 이슈들이 제기되었고 마치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안될 것처럼 열을 올렸던가. 부처와 산하기관을 가리지 않고 앞 다투어 고만고만한 ‘사업안’들을 내놓고 예산을 확보했건만, 정작 그 사업들이 종료된 지금 냉철하게 재조명된 것은 많지 않다. 어느 하나도 실패했다고 기록된 사업은 없는데 실제로 해결된 문제는 별로 없어 보인다.

창업은 그 자체로서 우리 사회에 심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수단들 중 하나가 아니다. 정부가 기존 기업들의 팔을 비틀거나 공공근로 등 예산을 풀면 임시 일자리는 늘릴 수 있지만 그것이 답이 될 수 없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국가적인 토목 사업도 예전처럼 사람을 쓸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세금으로 건설회사 배를 채워주는 일일 뿐 일자리를 만들기는 어렵다. 건강한 자생적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일자리는 안정성과 급여, 근로조건 모두가 양질이어야 하고 그것이 늘어야 일자리 창출이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그런 일자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경제 주체가 시장에 등장하여 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면 생겨나기 힘들다. 창업이 일자리 문제의 핵심 열쇠인 이유다.

창업은 무엇보다 사업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있어야 시작될 수 있다. 구상이 있어야 하고 계획이 있어야 하며 이윤을 만들어내는 수레바퀴를 굴려가기 위해 무한 노력이 필요하다. 상상만으로도 안 되고, 논리만으로도 안 되며, 성실성만으로도 안 된다. 모든 것들이 갖추어진다 해도 시운(時運)이 따라주지 않으면 실패하는 그런 것이다.

이런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두 가지 경우다. 하나는 이것 말고는 살아갈 방법이 없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주어진 인생에서 뭔가 한번 해보고자 하는 의욕이 자발적으로 생겨나는 경우다. 전자는 불황으로 인한 비자발적 실직이 대부분의 동기이고 후자는 성공 사례를 자신의 주위에서 목격함으로써 동력을 받게 되는 불특정 다수의 자발적 참여가 동기다. 전자는 요식업 등 특별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업종에 집중되며, 후자의 경우 다양한 아이디어에 바탕한 지식 또는 기술 창업의 비중이 크다.

그러므로 창업은 현 단계에서 투트랙으로 정리하여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하나는 기존에 사업 경험이 있거나 전문 직종에 종사한 재창업자 또는 재취업군을 위한 지원이다. 이들이 변화된 여건 속에서 자신의 경험을 살려 재도전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정책이다. 선제적 대응이라기보다는 제한적이고 대증적인 요법이지만 해야 할 일이다. 먼저 유사한 사업들을 통폐합함으로써 예산 집행을 효율화해야 한다. 그리고 지원 조직을 상설화 단일화하여 노하우를 축적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다른 하나는 기술 창업 지원이다. 기술창업은 도전적이고 유능한 개인이 최첨단 기술과 지식의 지원 아래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기업 활동에 나서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의 돌파구가 될 진짜 창업이다. 기술 창업을 성공적으로 유인해낼 수 있어야 비로소 근원적인 경제 대책이 마련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기술 창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면 교육과 재정 인프라, 제반 사회제도들이 건강하게 작동되고 있다는 징표라고 할 수 있다. 기술 창업의 핵심은 시작도 끝도 사람이다. 유능하고 열정적인 인재가 있어야 창업이 불붙을 수 있고,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창업이 불붙게 되면 유능하고 열정적인 인재가 몰려든다.

창업은 어떠한 경우에도 실패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 재창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생기려면 필요조건이 있다. 창업을 지원하는 공무원이나 기관의 임직원보다 창업을 결행하는 기업인의 기대 수익이 높은지 여부다. 창업을 지원한다면서 정작 창업한 사람보다 안정된 직장에 수입마저 많다면 누구라도 ‘창업’이 아니라 ‘창업 지원’을 하려 할 것이다. 현명한 판단과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창업자의 입장에서 각종 규제를 바라보고 창업자에게 전가되는 부담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고위 정책당국자 라인을 창업에 관한한 장기간 맡겨 기초부터 설계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택동 서울대 교수, 융기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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