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들이 한국에서 좋은 기억을 가져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남양주시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샬롬의 집 관장을 맡고 있는 성공회 남양주 진접교회 주임 이정호(61)신부.

그는 1990년 사제 서품을 받음과 동시에 남양주와 인연을 맺으면서 한센인과 외국인근로자, 결혼이주여성 등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헌신해왔다.

이제는 남양주지역 외국인근로자와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인 동시에 어려움이 생기면 믿고 찾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한국인으로 불린다.

이날도 이 신부는 며칠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난 30대 외국인근로자를 위해 기도를 마치고 막 돌아온 길이었다.

이 신부는 “많은 외국인이 가족들과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한국에 들어와 일하고 있지만 우리의 인식은 아직도 막연하게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며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우리의 싸늘한 시선과 부당한 대우가 해외에서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근로자 중 일부는 귀국 후 한국에서 일하며 겪은 폭행이나 폭언, 사고로 인해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거나 장애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며 “이들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기억하게 만드는가는 우리가 어떻게 관계를 이어가는가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외국인근로자와 우리의 관계에 대한 해답은 지난해 이 신부의 방글라데시 방문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신부는 지금도 지난해 학생과 일반인 30여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을 꾸려 방글라데시를 찾았던 당시를 잊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에게 가난한 나라에서 온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 방글라데시 청년이 강제추방된 뒤 자국의 아이들을 돕기 위해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류·지원사업을 진행하는 사무실 한켠에는 ‘Remember 2014. 4. 16’이라는 문구와 노란 리본이 그려진 판넬도 걸려 있었다.

이 신부는 “나중에 판넬에 대해 물어보니 한국인들이 가장 마음 아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아픔을 같이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더라”며 “이들이 한국에서 어떤 기억을 가져왔을까 걱정했는데 아픔과 미움이 아닌 훨씬 의미있는 나눔과 사랑도 가져간 것 같아 감동스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끝으로 “다문화라는 말의 의미는 단지 국적이나 피부색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아닌, 사는 방식이나 문화의 차이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겉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애와 이타성만은 결코 다르지 않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호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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