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봐도 낯선 프로야구 순위표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10위(2승 6패)다. 개막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말이다.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SK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SK는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몇 년만에 강력한 모습과는 거리가 먼 상태다. SK는 투타 모두 총체적 난국이다.

특히 방망이가 심각한 지경인데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팀 타율이 1할대(0.197)다. 팀 득점, 팀 타점(이상 11개) 모두 꼴찌다.

마운드라도 힘을 내야 하는데 팀 평균자책점은 4.67로 9위다. 팔꿈치 통증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거른 김광현이 그리운 상황이다. 1선발 메릴 켈리를 낸 경기도 다 내줬다. 승리가 필요한 SK는 지난 7일 KIA 타이거스와 4:4 트레이드를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외야수 노수광, 윤정우, 그리고 포수 이홍구, 이성우를 받고 외야수 이명기, 내야수 최정민, 노관현, 포수 김민식을 내줬다. 테이블세터 보강으로 기동력을 높여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트레이드였다. 그리고 그 기대를 모으는 선수가 노수광이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노수광은 발이 빠르고 콘택트 능력도 있다. 도루와 번트, 작전 등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선수다”고 평가했다.

노수광은 2013년 건국대를 졸업하고 한화 이글스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은 그는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을 갖춘 외야 선수로 평가 받는다. 지난 시즌에는 KIA에서 77경기 출전해 타율 0.309 출루율 0.373 12도루를 기록했다.

첫 승은 트레이드 다음날 이뤄졌다. 또 선수단 환기가 이뤄졌다. 지난 8일 NC다이노스전에 나선 선발 윤희상은 6이닝 동안 102구를 던져 2피안타 3볼넷 6탈삼진 2실점했다. 지난 첫 등판에서 패전투수가 됐던 그는 이날 특유의 완급조절로 상대 타선을 잘 묶었다. 나성범-스크럭스-박석민으로 이어지는 NC 중심타선에 단 1개의 안타만 내줬다.

타선에서 가장 빛난 건 4홈런 6타점을 쓸어 담은 3번타자 최정이었다. 최정은 앞서가는 점수, 쐐기를 박는 점수를 모두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냈다

타순 조정 효과가 있었다. 4번타자로 대신 나선 김동엽은 팀이 4-2로 앞선 5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비거리 125m의 중월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시즌 첫 홈런. 한동민은 7회 솔로 아치로 3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한동민까지 홈런을 때려내면서 클린업트리오의 완벽한 ‘홈런파티’가 성립됐다.

힐만감독도 우여곡절 끝에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어느 누구보다 첫 승이 간절했던 감독이었다. 안경과 신발까지 바꿔가며 어떻게든 변화를 주려 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도 단연 연패였다. 연패 때문에 스스로도 속이 상해 있었지만 한 선수를 비난하는 데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쉴드’를 쳤다.

이날도 팀 부진의 맥락에서 외국인 타자 대니 워스 이야기가 나왔다. 워스는 3경기 타율 0.111(9타수 1안타)의 부진에 허덕였고, 7일 경기를 앞두고 어깨 염증으로 1군 엔트리서 말소됐다. 현재로써는 1군 복귀 시점을 알기도 힘들다.

힐만 감독은 “던질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올리겠지만, 그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복귀가 기약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렇지만 힐만 감독은 그를 적극적으로 두둔하고 나섰다.

힐만 감독은 “6연패 과정에서 워스에게 너무 많이 초점이 갔다. 매일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건 잘못됐다”면서 “팀에 슬로스타터도 좀 있고, 불펜도 최근 원활하지 못했다. 종합적인 영향이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워스의 공백이 길어지면 재빠르게 교체를 결정하는 것도 감독의 몫이 되겠지만, 현재 팀 일원인 선수를 몰아세우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면이 비춰졌다.

연패 후 첫 승을 액땜으로 생각할 수 있다. 패배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 시기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순위경쟁이 치열할 시즌 중후반부의 연패는 치명적이지만, 초반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개선의 여지를 둘 수 있다. 선수단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연패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야구에 능통한 한 야구 전문가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다.

힐만 감독은 일본시절부터 늦게 물이 올라오는 스타일로 만족할만한 성적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소요되지만, 팀은 오랜시간 강팀이 된 전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가 감독을 맡았던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는 지난해 우승팀이다. 힐만이 남겨둔 유산으로 강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SK 역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힐만을 데려왔다. 연패에 집착하기 보다는 더 큰 그림을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송길호 인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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