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12월에 열리던 대통령 선거가 46년 만에 5월에 치러진다.

정치권에는 "날씨가 따뜻하면 투표율이 떨어진다"는 통설이 있다. 특히 20~30대 젊은층이 투표하는 대신 나들이에 나서 중장년층 지지율이 높은 보수정당이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반대로 날씨가 궂으면 야외로 나들이를 가려던 20~30대가 투표장으로 발길을 돌려 상대적으로 젊은층 지지세가 강한 야당에 유리할 것이란 분석도 존재한다.


이에 과거 정치인들은 투표 당일 날씨를 알기 위해 하루에도 수차례 기상청에 전화를 걸었다는 웃지 못할 일화가 있다.

오는 5월 9일 치러지는 '장미대선', 날씨에 따라 정말 투표율이 달라질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과거 선거일의 날씨와 투표율을 짚어봤다.

◇ 화창하면 보수정당에, 궂으면 진보정당에 유리?

우선 5월과 비슷한 시기인 4월에 열렸던 총선 투표율을 살펴보자.

따뜻한 날씨에 치러진 2000년 16대 총선, 2004년 17대 총선 투표율은 각각 57.2%, 60.6%를 기록했다.

이는 궂은 날씨에 치러진 2008년 18대 총선, 2012년 19대 총선 투표율이 각각 46.1%, 54.2%였던 것과 비교해 높은 투표율이다.

이를 보면 따뜻한 날씨에 투표율이 떨어진다는 통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0~30대 젊은층 투표율은 어땠을까?

날씨가 좋았던 16대 총선 때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은 36.8%와 50.6%였다. 17대 총선 때는 20대 44.7%, 30대 56.5%였다.

궂은 날씨였던 때 총선의 젊은층 투표율은 20대 28.1%, 30대 35.5%(이상 18대), 20대 41.5%, 30대 45.5%(19대)였다. 날씨는 정반대였지만 젊은층 투표율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날씨가 투표율에 영향이 없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한국정당학회보에 예일대 동아시아 연구단 강우창 박사의 논문을 살펴보면 앞서 말한 통설과 비슷한 선거 결과가 있다.

2004년 17대~2012년 19대 세 차례 총선 결과를 분석한 결과 강수량이 10mm 증가할 때마다 보수정당은 득표율이 0.9%p 감소했다. 진보정당은 0.9%p 증가했다.

◇ 정치적 국면에 따른 투표 열기가 투표율 좌우

12월 겨울에 치러졌던 대선 투표율도 날씨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엔 힘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1997년 12월 8일 15대 대선, 서울의 최고기온은 영상 9.2도였다. 당시 투표율은 80.7%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07년 12월 19일 17대 대선 때에도 서울의 최고기온이 영상 5도로 따뜻했지만 투표율은 63%로 낮았다.

18대 대선 때는 영하 2도에서 10도 사이로 추운 날씨에 투표가 진행됐지만 투표율은 75.8%로 포근했던 17대 때보다 높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에도 투표율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변수는 주요 정치적 국면에 따른 투표 열기"라며 "일부 도서지역을 제외하곤 날씨가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기상심리학계에서는 날씨를 선거의 중요한 요소로 본다.

날씨-투표율-정당 간 득실의 연관성을 설명할 때 쓰이는 '리퍼블리칸 블루(Republican Blue)'란 용어도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국토가 넓고 지역에 따라 날씨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리퍼블리칸 블루 : 선거일에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면 상대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20~30대 젊은 층이 나들이를 가느라 투표를 게을리해 보수당인 공화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

실제로 지난 1948년 미국 대선 당시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공화당의 토머스 듀이는 날씨 때문에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화당이 우세했던 지역에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투표율이 급감, 민주당의 해리 트루먼이 대통령이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5월 황금연휴가 투표율 떨어트리는 변수?

나라별로 선거문화, 지역 환경이 다른 탓에 일률적으로 외국 사례를 참고하기는 어렵다.

특히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선거일이 공휴일이다. 공휴일이 여가활동 선택 유무를 결정짓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대선은 직선제 부활 이후 처음으로 봄에 치러지는 만큼 투표율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사전투표제, 기존보다 두 시간 늘어난 투표시간(오후 8시까지)을 든다.

반대로 낮은 투표율을 점치는 이들은 4월 말에서 5월 초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를 꼽는다. 만약 휴가를 5월 2일, 4일, 8일 낸다면 최대 11일간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업계는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에 100만명 이상의 한국인이 해외여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연휴(5월 4~9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45만1천명의 두 배에 달한다.

엇갈린 관측에도 투표를 꼭 해야 한다는 인식은 뜨겁다. 실제로 해외에 체류하는 동안 대선에 참여하겠다고 신고한 국외부재자 수는 24만4천499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편 가장 최근 진행된 2012년 18대 대선 투표율은 75.8%였다.

세대별로는 20대, 30대 유권자의 투표율이 각각 68.5%, 70%로 전체 평균 투표율보다 낮았다.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인 세대는 50대 유권자로 82%를 기록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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