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사람들은 자주 피로감을 느끼고 오후에는 잠이 쏟아진다고 호소한다. 보통 이런 현상을 ‘춘곤증’이라고 한다. 의학적으로 춘곤증은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고 계절의 변화에 신체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 계절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몸의 반응

봄에는 겨울보다 기온과 낮 시간이 증가해 활동량과 시간이 늘게 된다. 이에 따라 생체리듬도 바뀌고 혈관과 근육이 이완되며, 신진대사량도 왕성해진다. 이 시기 우리 몸의 여러 기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쉽게 과부하에 걸린다. 이때 비타민과 무기질과 같은 영양소가 많이 필요한데 이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피로를 느끼게 되는데 이를 춘곤증이라고 부른다.

춘곤증이 생기면 피로감, 졸음, 식욕부진, 소화 불량, 집중력 저하, 권태 등이 발생한다. 의욕이 쉽게 떨어지고 짜증이 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 이외에도 두통, 눈의 피로감, 불면증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겨우내 운동이 부족했거나 피로가 누적된 사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에게는 더 심하게 나타난다.

보통 춘곤증은 환절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2~3주 정도 적응 기간이 지나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6주가량 충분히 휴식을 취했음에도 여전히 피곤이 풀리지 않는다면 만성피로, 갑상샘기능저하증, 빈혈, 수면장애, 간 질환으로 인한 간 기능 저하, 비정형적 우울증 등 다른 질병의 신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봄날의 피로감을 춘곤증으로만 치부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 만성되면 다른 장애 유발하는 원인 돼

춘곤증 자체는 비록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계속되는 것도 불면증, 수면 무호흡증, 하지불안 증후군, 기면증 등 새로운 수면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수면 무호흡증은 중장년층에서 나타나며 수면 중 코골이가 심해지거나 일시적으로 호흡이 중지된다. 이 현상은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숙면을 취할 수 없게 만든다.

하지불안 증후군은 다리에 불편하고 불쾌한 느낌이 들어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고, 다리를 움직여야 증상이 호전된다. 기면증은 주로 청소년기에 나타나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잠이 쏟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호르몬의 변화로 우울증과 피로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빈혈, 갑상샘기능저하증, 비정형적 우울증이 주원인이다. 특히 갱년기 여성의 경우 피로감이 오래 지속될 경우 병원을 방문해 원인을 찾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 균형 있는 생활로 예방.극복 가능

춘곤증을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낮잠과 카페인을 피하고, 아침에 햇빛을 자주 보는 것이 좋다.

지나친 낮잠은 오히려 밤의 수면을 방해하고 이는 만성피로와 무력감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된다. 때문에 낮잠은 30분 내외가 적당하고,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밤에는 가급적 11시 전에 잠들고 매일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과 음주, 흡연은 간 기능을 떨어뜨리고 피로감을 더 느끼게 하므로 피해야 한다. 햇볕은 비타민 D의 합성과 장운동의 활성화,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 일조량이 부족하면 활동량이 떨어지고, 햇볕에 의해 생성되는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무기력증과 우울증 등이 생긴다. 운동 부족 역시 춘곤증의 원인이 되므로 틈틈이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고 혈액순환이 잘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균형 잡힌 식생활은 춘곤증 극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요즘은 대개 아침 식사를 거르고 잠을 더 자는 경우가 많지만 아침을 거르면 점심에 과식을 하게 돼 춘곤증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봄철에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봄에는 신진대사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소모량이 늘어난다. 특히, 비타민 B와 C 소모량이 3~5배 늘어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충이 필요하다. 냉이, 달래 같은 봄나물과 과일, 해조류를 충분히 섭취하면 피로 해소와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 우유, 달걀, 생선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충분하게 섭취하는 것과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춘곤증은 신체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므로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가벼운 운동, 충분한 영양 섭취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도움말 : 김형우 한국건강관리협회 경기지부 내과과장

황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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