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 가보면 부러운 것이 있다. 집집마다 잔디정원이 있고 주거지와 가까운 공원에 넓은 잔디광장이 펼쳐져 있는 모습이다. 우리의 생활환경은 그러한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잔디밭을 접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설령 있다고 해도 잔디밭에 들어갈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자라나는 어린학생들이 일상생활과 늘 함께하는 학교 운동장만이라도 계절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초록 위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당연한 의무가 아닐까?

경제성장과 더불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시대에 접어든 2006년부터 정부가“학교 인조잔디운동장 조성계획”을 추진하면서 인조잔디 보급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었다. 7~8년이 지난 2014년에 관련기관이 조사한 결과 인조잔디의 인체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학교가 16.8%가 될 정도로 심각성이 문제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지난해에는 학교 우레탄 트랙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64%가 부적합한 것으로 조사되어 해당 운동장 트랙 사용이 중지되고 많은 학교에서 교체작업이 진행 중이며 그 비용이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인조잔디 운동장은 16.3%, 천연잔디 운동장은 8.5%이며 나머지 많은 학교의 학생들은 흙으로 된 운동장에서 체육수업과 다양한 실외활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농업기술에서는 2014년부터 경기도내에 조성되어 있는 천연잔디 학교운동장의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천연잔디 학교운동장 보급 활성화를 위한 잔디품종을 개발하고 운동장 잔디관리기술 및 매뉴얼 개발과 학교현장 시범실증 등의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잔디는 환경이 중요시되는 패러다임에 잘 어울리는 친환경 작물이다. 바람에 의한 먼지발생을 막아주고 공기를 정화한다. 특히 잔디는 온도가 높은 한여름의 열기를 낮춰 230㎡ 정도의 잔디면적이 가정용 에어컨 3대를 가동하는 것과 같은 대기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이렇듯 많은 장점을 가진 천연잔디가 학교 운동장에 활발히 보급되지 못하는 이유는 왜일까? 한마디로 말한다면 운동장에 조성된 잔디라는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관리자의 애정 어린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잔디는 그 위를 걸을 때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게 해 주고 충격을 잘 흡수하여 밟힘에도 적응력이 뛰어난 식물이다. 하지만 잔디위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다양한 체육활동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적절한 물과 양분을 주고 잔디깍기 등 관리를 잘 해 주어야 손상된 잔디가 쉽게 회복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상적인 잔디관리 작업을 교육과 학생관리에 바쁜 학교 교직원이나 선생님들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과제가 되고 있음이 현장조사 결과 나타났다. 따라서 일선학교가 잔디운동장 관리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필요한 관리비 지원을 통하여 관리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많은 잔디운동장이 생겨날 것으로 생각한다.

학교운동장 잔디관리는 훼손된 잔디를 새로 심고, 잡초를 제거해 주고, 주기적으로 깎고, 물주고 하는 작업 등의 단순작업이 대부분으로 학교인근의 현직에서 은퇴한 주민에게는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또한 농민들은 남아도는 쌀 생산의 대체 작목으로 농지나 강변에 잔디밭을 조성하여 소득 작목으로 탈바꿈 될 수 있다. 더불어 운동장 잔디 관리를 대행하는 협동영농체가 구성된다면 청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지고 교직원의 관리부담이 적어져 천연잔디 운동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선순환 과정이 생겨날 수 있다. 초기에 많은 예산이 소요될 수 있지만 학생복지 차원에서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면 크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우리의 자녀들이 기성세대가 누려보지 못한 싱그런 천연잔디 위에서 마음껏 뛰어 노는 모습을 하루빨리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순재 경기도농업기술원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