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같은 땅… 개발바람 타고 명당으로 변신


풍수적으로 여의도는 행주형이면서 득수국이고 수변혈에 해당된다. 행주형은 땅이 배 모양이라는 뜻이다. 배는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며 교역을 하기 때문에 부를 상징한다. 여의도가 앞으로도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로 계속 발전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득수국은 물이 사방으로 감싸고 있어 기가 모이는 땅이다. 사람도 기운이 있어야 하듯 땅도 기가 모여야 발전할 수 있다. 수변혈은 물가에 있는 혈로 수해를 입기 쉽다. 그런데 혈을 쓰고 나면 자연히 주변에 토사가 쌓이고 물줄기가 방향을 바꾸어 옥토가 된다는 땅이다.

풍수 고전인 『인자수지』에 이러한 내용이 있어 신비하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여의도가 이에 딱 맞는 곳이어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여의도는 본래 섬이 아니었다. 영등포쪽과 붙어 있었는데 홍수가 나면 대부분이 물에 잠기므로 섬으로 인식된 것이다. 대동여지도 경조오부를 보면 여의도에 백사주이십리(白沙周二十里)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백사장의 둘레가 20리라고 했으니 어지간한 해수욕장보다도 더 넓은 모래벌판이었다. 오늘날과 비교하면 벽해상전한 것이다.

여의도에도 산이 있었다. 관악산에서 내려온 산줄기가 사당고개와 까치고개를 지나 국립서울현충원 뒤의 서달산을 만든다. 여기서 서쪽으로 뻗은 맥이 중앙대학교 뒤쪽 능선을 따라 노량진근린공원과 사육신공원을 거쳐 여의도 63빌딩 쪽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지금의 국회의사당 자리에 양말산(羊馬山)을 만들었다. 양말산의 높이는 자료마다 다르지만 대략 50m 정도였던 것 같다. 조선시대 이곳에서 양과 말을 길렀다 하여 이름이 되었다. 여기서 다시 밤섬까지 산줄기가 이어진다.

이처럼 여의도도 맥을 따라 기가 전달되는 곳이다. 더욱이 산세가 순하고 그 끝자락에 있기 때문에 혈을 맺을 수 있다. 다만 기를 갈무리하는 좌청룡과 우백호가 없어 아쉬운데 이를 물이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득수국이라고 하는 것이다. 논농사가 중요시 되던 때에 모래사장은 별로 가치가 없었다. 더욱이 홍수가 나면 대부분 물에 잠기므로 쓸모가 없었다. 사람들은 서로 너나 가져 라고 말한 데서 여의도(汝矣島)라는 한자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러한 여의도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시대인 1916년 비행장이 만들어지면서 부터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는 이를 구경하기 위한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당시 여의도는 일본과 만주를 잇는 공항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해방이 되고 미군들의 비행 수요가 많아지자 이를 수용하기에는 너무 비좁았다. 또한 장마철에 자주 침수되자 1958년 김포공항으로 공항을 이전하였다. 이후 공군기지로 사용되다가 1971년 2월 여의도 개발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완전히 폐쇄되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이농현상으로 서울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온갖 도시문제가 발생하였는데 특히 주택난이 심각하였다. 강북에서는 더 이상 택지를 개발할 땅도 없었다. 이에 불도저란 별명을 가진 김현옥 서울시장이 한강변을 택지로 개발하는 사업에 나섰다. 그 첫 사업이 여의도 윤중제 공사였다. 1968년 밤섬을 폭파하여 여기서 나온 흙과 돌로 여의도를 두르는 둑을 쌓았다. 홍수 때도 물에 잠기지 않도록 높이가 16m나 되었다. 둑 위로는 폭 20m, 길이 7.6km의 순환도로인 윤중로를 냈다. 둑의 안전을 위해 둑방에는 벚나무를 심었다. 이렇게 해서 윤중로 안쪽으로 2.9㎢(87만평)의 땅이 새로 만들어졌다. 흔히 땅을 비교할 때 여의도 면적의 몇 배라고 하는 기준이 된 것이다.

여의도는 행주형에 맞게 공간 배치가 이루어졌다. 우선적으로 배의 돛대에 해당하는 83빌딩을 뱃머리 쪽에 배치했다. 배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므로 머리 쪽을 상류로 본 것이다. 배의 기관실은 선미에 있으므로 국회의사당을 뒤쪽에 배치하였다. 다만 배에 비해 기관이 너무 크다 보니 소리가 좀 시끄럽다. 그러나 국회는 본래 시끄러워야 하는 곳이니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배는 금은보화를 가득 싣고 무역을 하는 것이므로 남쪽 샛강 변에는 금융가들이 배치되어 있다. 배는 승객들과 선원들이 탈 선실이 필요한데 북쪽 한강변에는 아파트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배치는 처음부터 의도 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잘된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여의도에 너무 높은 빌딩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점이다. 배에 짐을 높이 싣다 보면 항해가 불가능하다. 여의도가 국제금융중심지로 나아기 위해서는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된다.

형산 정경연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