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 하는게 힘드냐고요? 전 다만 그리스도의 손과 발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외국계 유명 금융회사에서 승승장구하던 이가 재능기부로 시작한 봉사를 본업으로 삼아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오승진(47) 사회복지법인 수원중앙복지재단 상임이사다.

미국 공인 회계사이기도 한 오 이사는 지난 10여년간 외국계 유명 금융회사에서 근무하던,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엘리트’였다.

그랬던 그가 ‘꽃길’을 마다하고, 봉사일에 뛰어든 계기는 수원중앙복지재단과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해당 복지재단은 2008년 수원중앙침례교회가 지역 사회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처음 설립됐는데, 당시 오 이사가 다니던 이 교회의 담임 목사가 설립 업무를 도와달라고 요청하면서 ‘재능기부’를 시작하게 됐다.

이후, 오 이사는 8년간 직장을 다니면서 일과 후에는 해당 복지재단의 회계 업무와 감사 일도 도맡아 해왔다.

당시 오 이사는 수원 동남보건대학교에서 경제 관련 강의도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냈다.

오 이사는 “당시 고명진 담임목사께서 회계의 투명성과 인사 독립성을 가지고 복지재단을 운영하고 싶은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일을 맡게 됐던 것”이라며 “사실 회사 업무와 대학 강의로 바쁜 시간이었지만, 주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를 할 수 있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보니 기쁜 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던 중, 오 이사에게 뜻하지 않은 시련이 닥쳤다.

오 이사가 근무하던 외국계 금융회사가 한국에서 철수를 결정하면서, 직원들이 부당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오 이사는 이 회사 노조위원장직을 맡아, 직원들을 위해 사측과 기나긴 싸움을 시작했다.

오 이사는 “회사가 한국에서의 철수를 결정한 뒤 부당한 일들의 연속이었고, 저는 노조위원장으로써 사측과 싸우며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그 고통의 시간만 5~6년 정도 됐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러는 동안, 오 이사가 재능기부를 해왔던 수원중앙복지재단은 직영·위탁 운영중인 시설만 12개로 늘어났고, 재단 자체 예산만 260억여원 규모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복지재단에서는 보다 체계적인 회계 관리와 업무 지원 시스템이 필요해졌고, 오 이사가 그 대안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오 이사의 경우 당시 타 금융·회계 관련 회사에서 스카웃 제의가 이어졌던 상황이었지만, 힘든 상황을 겪어왔던 터라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망설임 없이 복지재단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 이사는 “제 결정에 단 한번도 후회하지 않아요. 얼마를 버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누구를 얼마나 도왔는지가 저의 성취 목표가 된 듯 합니다”라며 “여러가지로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결과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오 이사에게 있어 복지 지원 업무에 대한 낯설음은 크지 않다.

자신이 재능기부를 통해 다져놓은 업무 시스템 때문이다.

수원중앙복지재단은 국내 사회복지법인 중 유일하게 외국계 대기업에서 사용하는 각종 업무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하지만, 재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공공성과 함께 자체 운영에 필요한 수익을 발생시켜야 하는 부분이 있다보니 이 부분은 늘 고민거리다.

오 이사는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수익을 내야 하는 부분은 상당히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라며 “이를 위해 국가에서 시행하는 각종 복지정책 관련 공모사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에요”라고말했다.

오 이사는 복지 업무를 전담하면서, 작은 바램이 하나 생겼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은 물론 그 가족들의 삶의 질이 함께 높아졌으면 하는 일이다.

오 이사는 “지체장애인이나, 정신지체장애인들의 경우 성인이 되면 보호자들이 연로하기 때문에 케어가 힘들다. 하지만 이들을 24시간 케어해 주는 곳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이 같은 시설을 타운화시켜 이들을 집중관리 해 줄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그럼 그들의 삶의 질이 지금 보다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재단은 4년 전 부터 장애인들의 부모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해외 여행을 보내드리고 있다. 다음달에도 갈 예정이다”라며 “그들은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자기 시간 한 번 못 갖고 사는 사람들이다보니 해외 여행은 꿈도 못꾼다. 그래서 교회와 재단이 나서서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지자체 차원의 여러 복지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의현기자/mypdya@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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