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잊지마│미셸 뷔시│달콤한책│496페이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면, 더욱이 그 사람이 억울하게 죽었다면 우리는 얼마 동안이나 그 기억을 붙잡고 살아가게 될까. 마음을 후벼파는 쓰라린 기억과 가해자에 대한 분노는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도 생생하게 남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남은 자들은 무슨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다만 진실이라도 알아 망자의 넋을 달래고 싶은 게 그들의 소망이라면 최선의 방법은 절대 잊지 말고 세월을 버티는 일뿐일 것이다. 하지만 가라앉았던 진실을 수면 밖으로 건져내고 모든 의혹을 걷어내는 순간은 고통스럽다.

지난해 최고의 프랑스 작가로 평가받은 미셸 뷔시의 장편소설 ‘절대 잊지마’가 한국에 출간됐다. 이 책은 의혹 속에서 거짓과 진실, 기억과 망각, 복수와 체념 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심리스릴러 추리소설이다.

아랍인이라는 출신 성분에 장애인이란 이유로 어렸을 때부터 삐딱한 시선을 받으며 살아온 서른 살 청년 자말은 체제와 편견의 희생자다. 그는 스스로 운이 없는 사내이며 동전은 늘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조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가장 험난한 몽블랑 산의 울트라트레일 완주를 꿈꾸며 날마다 달리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어느 겨울, 자말은 훈련을 위해 찾은 작은 해안마을의 절벽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투신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그는 행운의 여신은 언제나처럼 그의 편이 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듯, 또다시 큰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자말은 자신이 사건의 목격자일 뿐이라고 항변하지만 절벽에서 떨어진 여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임이 밝혀지면서 모든 정황은 그를 범인으로 몰아간다.

2004년에 발생한 두 사건과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발생한 각각의 사건들은 서로 모여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작품은 기억에 얽힌 각 사람의 심리와 감정을 보여주면서 증폭되는 의혹들 속 정점으로 달려간다. 작품 목차의 모든 소제목에 ‘물음표’를 단 것은 그 누구도 믿지 말라는 작가의 은유적인 메시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추리작가와 계속 머리싸움을 이어가게 되지만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새로운 사건들이 계속 튀어나와 혼란스러워진다. 또한 소설 속 등장인물들과 함께 독자들을 헤매게 만드는 작가의 전략은 무척 교묘해 쉽사리 추론을 허용하지 않는다. 결말에 이르러서야 완벽하게 그려진 큰 그림을 보여주는 것도 그만의 비법이다.

이 책은 500쪽에 가까운 분량임에도 첫 장면을 지나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을 쫓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하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직진해야만 하는’ 추리소설의 묘미를 아낌없이 선보일 것이다. 황호영기자/alex1754@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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