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월스트리트 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들었다며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는’라는 내용의 발언을 해 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 중 시 주석이 한국의 역사에 대해 말하면서 수천 년 역사와 수많은 전쟁에 대해서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무슨 뜬금없는 시대착오적인 역사왜곡인지 참으로 두 귀가 의심스럽다. 우리 정부는 일고의 가치가 없는 주장이며 사실과 다르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명백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의 낮은 위상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 착잡하기 그지없다.

두 정상이 어떤 맥락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는지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우리의 주권과 역사를 침해한 분명한 외교적 결례다. 정황으로 보아 시 주석이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 충분한 지식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위주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주입시키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중국 지도부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정상회담 중에 한국의 역사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아전인수 식 역사관을 주입시켰다는 것은 그대로 넘어가기 어려운 문제다.

미국의 언론 매체도 트럼프 대통령의 충격적인 무지를 인증했으며 한국을 격분하게 만들 일이라고 논평할 정도다. 시 주석이 실제 그런 말을 했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 이해한 것인지, 통역 실수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미·중 두 정상이 남의 나라 역사에 대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 자체가 불쾌한 일이다. 또한 이런 내용을 언론에 옮긴 것도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품격에 어긋난다.

시 주석이 이처럼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잠깐 잊고 있었던 중국의 역사 빼앗기 시도가 여전히 진행 중임을 입증한 것이다. 중국이 동북공정 등을 통해 고대 한반도의 역사·영토 빼앗기 작업을 오래도록 진행해 왔으며 이것이 통일한국에 대비한 것이란 점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우리가 일본의 역사왜곡에만 시선이 집중된 사이 중국은 더 큰 역사왜곡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수천 년 간 명백히 서로 다른 국가 체제를 유지해 온 것이 분명한 역사적 사실인데 이를 왜곡하고 속국인 냥 비하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무례한 행태다.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에 우리 역사가 수난당하는 답답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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