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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집단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바로 더 좋은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유병욱 2017년 04월 21일 금요일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었다.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저마다의 철학과 정책, 공약 등을 연일 발표하면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 이후에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어느 선거보다도 남다르다고 할 것이다. 지난 반년동안 수많은 시민들을 분노케 했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났듯, 우리 사회에는 과감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될 수많은 문제들이 여전히 산적해 있다. 어느 정당과 후보가 당선되건, 차기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을 회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강하고 능력있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선결되어야 하는, 반드시 실천되어야 하는 일이 있다면 바로 ‘관료 집단에 대한 강하고 민주적인 통제’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료들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복무신조가 있다면 바로 ‘주권자인 시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선출직 대표들에 의한 강하고 민주적인 통제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의 민주주의가 이전의 수많은 통치체제와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대규모의 관료 집단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 국가에서부터 작은 규모의 지방정부에 이르기까지, 현대 사회에서 관료 집단의 존재와 역할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다. 관료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당장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상상치 못한 문제들이 터져나올 수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제대로 운영한다는 것은, 관료 집단의 역할과 기능을 인정하되 그것이 주권자인 시민들의 뜻에 복무되도록 통제하는 문제를 얼마나 잘 다루는가 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직접 관료 집단을 통제하는 것은 그 자체로 비현실적이면서 동시에 바람직하지도 않다. 관료 집단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주권자인 시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표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그것은 곧 강하고 능력있는 정당과 강한 리더십의 존재와 연결된다. 이번 대선에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그리고 유권자들이 중요하게 바라봐야 하는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차기 정부는 강하고 능력있는 정당정부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가, 그리고 대통령은 강한 리더십으로 그 정당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관료들에 대한 강하고 민주적인 통제를 주장하는 것은, 관료들이 나쁜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권한과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만일 이에 대한 통제와 견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그 권한과 역할은 몇몇 소수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병우를 보라.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하는 동안 민정수석이었던 그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그가 민주적 통제를 받는 민정수석이었다면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었고 더 일이 커지기 전에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가 현재 받고 있는 혐의대로 알면서도 방관했다면 당연히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며, 만일 그의 해명대로 정말 몰랐다면 그는 무능한 민정수석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어떻게 보더라도, 관료에 대한 강력한 통제가 부재할 시 그 피해와 후폭풍은 상상 이상일 수 밖에 없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에 있는 우병우는 끝내 구속을 면했다. 4년동안 국가를 통치한 대통령도 시민들에 의해 파면되고 구속까지 되었지만, 우병우만은 살아남았다. 검찰은 최선을 다했다고 항변하지만, 그 말을 신뢰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 관료 집단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이처럼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감당하지 않으면 안될 과업이기도 하다. 차기 정부는 실력과 능력을 가지고 강한 리더십으로 관료 집단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주권자인 시민들의 뜻에 복무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에서 관료들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명예라는 것, 그리고 그것이 바로 더 좋은 민주주의의 시발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병욱 수원경실련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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