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인양되었다. 1073일 만에 올라온 세월호의 광경은 처참했다. 선내 수색은 시작했다지만, 3년 째 찾지 못한 아홉 명의 영혼과 어머니의 울부짖음은 또 어찌해야하는 걸까. 2014년 봄, 우리는 침몰해가는 세월 호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면서 눈물만 흘렸다. 우리의 아이들을 차디찬 물속에 묻어두고 잔인한 4월을 또 맞이했고, 사건의 전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고,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 사람이 존중되는 안전한 사회, 사람이 우선인 세상이 되어야만 전쟁과 같은 이런 비극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 콜비츠, 어머니들, 1922년, 목판화


전쟁은 예술가에게도 비극이었다. 케테 콜비츠 독일의 화가이자 판화가 겸 조각가이다. 노동자의 암울한 현실, 농민의 역사적 항쟁 등을 그려내는 ‘사회 참여적 여성예술가’였다. 초기 유화를 그리다가 에칭, 석판화, 목판화 등을 제작했다. 클링거, 뭉크 등 표현주의 영향을 받았으며, 가난한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직공들의 반란’ ‘농민전쟁’ ‘죽음’ 등의 작품을 남겼다. 비극적이고 사회주의적 주제의 연작을 발표했던 20세기 대표적 판화가다. 콜비츠는 1차 세계대전에 아들을 잃었다. 어린자식을 가슴에 묻고 그녀는 붓 대신 칼을 잡았다. 목판위에 아들의 영생을 새기고, 전쟁의 참담함을 기록했다. 1919년 프로이센 예술아카데미 회원이 되었으나, 히틀러의 집권으로 그녀의 모든 것이 박탈당했고, 그녀의 많은 작품들은 소실되고 말았다.

<전쟁>연작은 그녀의 대표작이다. 7개의 목판화 ‘전쟁’연작 판화의 첫 작품은 ‘희생’이다. 한 여인의 몸에서 막 태어나려는 아이를 묘사했다. 연작 중에서 ‘어머니들’은 전쟁을 겪은 참담한 어머니의 심정을 그린 작품이다. 어머니들의 품사이로 어린아이들의 눈빛은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겁에 질린 어린 자식을 숨 막히게 끌어안고 있는 어머니들, 총알받이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모성의 눈물겨움을 생생하게 새겨 놓았다. 참담하고 상처투성이인 자신의 과거를 작품으로 세상에 외친 콜비츠. 목판 위에 새겨 놓은 칼질은 그녀의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비극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에서 손자마저 잃으므로 그녀의 삶은 견디기 힘든 비극의 연속이었다. 자신이 죽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 같다는 그녀의 한마디는 세월호의 비극으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들의 울부짖음과 맞물려 사무친 아픔으로 다가오는 4월이다.

 

 

 

 

 

 

 

최경자 화가,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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