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책상머리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항상 발로 뛰며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모든 이에게 열린 문화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강기수 성남문화재단 홍보실장의 말이다.

국악, 오페라, 발레 등 각종 공연예술이 불모지였던 1990년대 말, 당시 그는 무(無)에서 결코 작지 않은 유(有)를 창조하는 데 기여했다.

탁월한 홍보·마케팅 실력으로 95년도에 몸담은 그는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 창단에 기여했고, 2005년에 들어간 국립오페라단에서는 최초로 대부분의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특히 현재 수원 최대의 대관공연장인 수원SK아트리움의 개관멤버이자 월 수십 회의 공연을 높은 비율로 전석 매진시키는 지금의 위상을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이처럼 홍보·마케팅 분야에서 눈부신 활약을 해온 강 실장의 전공은 조금 특이하다.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는 피리를 전공했다. 어떻게 보면 그의 족적은 ‘정통 국악인’에 가깝다.

“대학을 졸업하고 국악 활동을 하던 중, 앞으로 공연에 대한 홍보와 기획분야가 전망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국악은 제 전문이니 다른 공연들을 폭넓게 알아보기로 계획했어요.”

하지만 그 길은 강실장의 마음처럼 만만하지 않았다. 국악만을 해오던 그에게 단순한 홍보 자료 하나 만들기도 버거웠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용어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오페라나 발레에 대한 홍보자료를 만드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강 실장은 직접 부딪히며 발로 뛰기로 했다.

“전공이 전공이다보니 짧은 홍보 자료조차 버거웠어요. 그래서 일일이 기자들을 찾아다니며 보도자료 쓰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친한 기자들에게 지나간 기사를 얻어 무조건 베껴썼습니다. 오페라와 발레도 밤에는 사무실에 남아 용어들을 외우고 공연 비디오를 돌려봤어요. 제가 먼저 알아야 공연을 기획하고 남에게 홍보를 할 수 있으니까요. 낮에는 공연 관계자들과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배우고 어울리며, 홍보했습니다.당시엔 구두 한 켤레를 사면 1년이 채 못가서 밑창에 구멍이 나곤 했었어요”

그렇게 발로 뛴 그의 흔적은 지역문화예술의 발전으로 귀결됐다. 현재 지역에서 큰 인기리에 진행되는 오페라, 발레, 국악 등 각종 공연예술의 인기에는 강 실장의 기여가 결코 작지 않다.

“지금 제게 남은 가장 큰 숙제는 제가 몸담고 있는 성남문화재단과 아트센터가 진정한 시민들의 문화 놀이터로 자리잡게 만드는 것입니다. 남녀노소, 문화소외계층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고 문화를 향유하는 것. 그게 지금의 저와 성남문화재단이 추구하고 있는 가치입니다.”

황호영기자/alex1754@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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