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주식 90%(당시 시가 177억원대)를 장학재단에 기부했다가 상증세법에 따라 140억원(가산세 40억)의 증여세를 부과 받은 수원교차로 창업자 황필상(70)씨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기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

180억 원대 재산을 공익재단에 기부한 '수원교차로' 창립자 황필상(70)씨에게 증여세 140억 원을 물린 세무당국의 처분은 부당해 다시 재판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첫 소송을 낸지 약 7년 4개월만의 판결로, 고법에서는 증여세 부과가 잘못됐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반하는 판결을 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0일 구원장학재단이 수원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 보냈다.

우선 재판부는 황씨가 재단의 최대주주가 아니라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상속·증여세법은 주식 출연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이 당해 회사의 최대주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과세하지 않는다는 특칙을 두고 있는데 최대주주인지는 주식이 출연된 뒤를 기준으로 판단함에 따라 황씨는 이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황씨는 출연 직후 주식 보유비율은 10%에 불과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법이 주식 출연을 규제하는 이유는 출연 후 이를 회사의 지배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최대 주주 지위를 상실했다면 더이상 회사에 대한 지배수단이 없으므로 증여세 부과 대상으로 삼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김용덕·김소영·박상옥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세무당국의 과세가 정당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공익법인 설립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어도 나중에 임원진 장악 가능성 등이 있다고 봤다.

원심(서울고법)도 황씨가 설립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아도 재산을 출연한 것만으로 세금 부과가 적법하고, 재단의 특수관계인인데다 보유 주식을 합치면 최대주주 요건이 충족된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구원장학재단은 2002년 2월 황씨와 수원교차로, 아주대 교수와 상조회로부터 합계 3억 원을 출연받아 설립허가를 받았다.

2003년 2월에는 황씨로부터 수원교차로 주식 90%(180억 원 상당)를 기부받았다. 또 황씨는 현금 15억 원도 모교인 아주대에 기부했다.

수원세무서는 2008년 9월 황씨가 기부한 주식이 과세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고, 증여세 140억 원을 부과했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공익 재단 등에 현금이 아닌 회사 주식을 기부할 때에는 전체 발행 주식의 5%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세금을 매기도록 한 것을 근거로 했다.

이에 재단은 이듬해 12월 증여세 부과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으며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2010년 수원지법은 "황씨가 재산을 빼돌리거나 편법으로 증여하려는 경우가 아닌데도 기계적으로 법을 해석해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이라며 "이런 식의 과세 처분은 공익사업의 재원 확보에 지장만 초래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사안별로 예외적인 판결을 한다면 '자의적 재판'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며 1심을 뒤집었다.

재판이 7년 넘게 이어지면서 황 이사장이 내야 할 세금에는 연체 가산세까지 붙어 225 억원에 이르렀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 관계자는 "주식 출연에 대해 지배주주에게 무조건 증여세를 물리면 순수한 의도라도 출연재산 상당 부분이 증여세로 나간다"며 "세금 회피를 위한 행위와 그렇지 않은 행위를 나눠서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금을 물리려면) 주식을 기부한 후 기부자와 공익재단의 지분을 합쳐서 최대주주여야만 한다"며 "지분을 합치려면 주식 출연만으로는 부족하고 설립에 지배적인 영향력까지 행사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남춘기자/baikal@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