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 오늘로 보름 남았다. 보름 후면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국정 최고 책임자가 누구인지 결정된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와 5천만 국민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소중한 한 표가 지니는 정치적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 유권자들은 남은 선거운동 기간에 대선 후보들의 국가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도덕성, 국정운영 비전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마음을 정할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지도자를 잘못 뽑는 실수를 한다면 10년을 뒷걸음치는 것은 물론 국가와 국민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유권자 개개인이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건국 이후 대한민국 정치사(政治史)는 험난한 역경(逆境)을 헤쳐 왔다. 영광과 기대를 안고 시작한 대한민국 대통령은 항상 치욕으로 마무리됐다. 그동안 이승만(1-3대), 윤보선(제4대), 박정희(제5-9대), 최규하(제10대), 전두환(제11-12대), 노태우(제13대), 김영삼(제14대), 김대중(제15대), 노무현(제16대), 이명박(제17대), 박근혜(제18대)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거쳤다. 이들 가운데 윤보선, 최규하 전 대통령은 국가 정상의 자리에 앉았으나 실권 없는 국가 원수에 머무르다 힘없이 권좌(權座)에서 밀려났다. 건국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는 독재와 종신 집권을 추구하다 4.19 혁명에 의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4·19혁명으로 내각책임제 체제 아래 대통령직에 오른 윤보선 전 대통령도 결국 5·16군사쿠데타로 도중하차, 대통령 수난사(受難史)에 한 장을 보탰다. 5·16쿠데타로 대통령직에 오른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72년 ‘10월 유신’으로 종신집권체제를 구축하려 하였으나, 18년의 장기집권 끝에 1979년 10월 26일 자신이 데리고 있던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의해 쓰러졌다. 박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과도기(過渡期)를 이끌었던 최규하 전 대통령도 1980년 신군부의 집권으로 8개월여 만에 하야(下野)했다. 헌정사상 최단명의 대통령직을 수행한 비운을 맛봐야만 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으로 군권을 장악한 후 5·18 광주 민주항쟁을 유혈 진압, 차례로 집권했으나 문민정부(文民政府)에 의해 재판을 받고 2년여간 감옥생활을 해야만 했다. 군사정권시대를 마감하고 민주화 시대를 연 ‘양김’(兩金)인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 자신의 아들이 구속되는 불운을 겪어야만 했다. 정치개혁과 높은 도덕성을 표방하며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노무현 전 대통령도 수난을 피하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도덕성을 최대의 무기로 내세웠으나 퇴임 이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검찰 수사를 받는 불명예를 기록했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중 서거하는 비운을 맞이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과 관련, 특검의 방문조사를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첫 부녀·여성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40년 지기’인 최순실 문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첫 ‘탄핵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게 됐다.

이처럼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의 수난사는 계속됐다. 재임기간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쥐고 있던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하야나 시해, 검찰 수사, 측근 구속, 탄핵 등의 비운을 피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의 의미는 각별하다.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의 비운의 수난사를 끊어야 할 인물을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 대한민국이 놓인 대내외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전쟁위기설이 나돌 정도로 안보 상황이 불안하고,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수출 감소와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날로 가중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조기배치에 따른 극심한 이해관계의 충돌, 탄핵과정에서 깊어진 보수·진보진영 간 대립과 갈등, 조기개헌을 둘러싼 논란 등 풀어야 할 난제(難題)가 한둘이 아니다. 국가 명운을 가를 중대한 시기인 만큼 리더십 선택의 필요성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의 비전과 자질, 국정운영 능력, 도덕성 등에 대해 치열한 검증을 해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더욱이 앞에 열거된 전직 대통령들의 험난한 역경과 수난을 뛰어 넘어야 하는 시기다.

대한민국의 앞으로 5년의 미래는 유권자들의 손에 달렸다. 앞으로 15일. 가장 최적의 후보를 가려내는 것도 유권자의 권리이자 의무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엄득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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