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의 선거벽보가 전국 곳곳에 내걸리고 각 가정에 선거공보물이 전달되면서 선거전도 중반전에 돌입했다. 세 차례의 TV토론에서 5명의 후보자가 공방전을 벌이면서 국민들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치러지는 19대 대선이지만 국민들의 관심과 인식 수준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기본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도 국민이고,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할 진짜 대통령을 선택하는 것도 국민 스스로에게 있음을 뼈저리게 자각하는 대선이기도 하다.

하지만 계속되는 TV토론을 지켜보며 답답함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다. 무늬만 스탠딩 토론이지 후보들이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면모도 보인다. 무엇보다 명확한 정책 공약에 대한 토론 대신 후보자의 비난과 약점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재연되면서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예상 밖으로 후보자들의 정책에 대한 인지가 상당히 미흡한 점도 노출되고 있다. TV토론을 통한 감정적 접근이 세세한 공약 비교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보인다. 이를 참고로 각 가정으로 전달된 선거 공보물이나 언론 매체들이 분석한 공약을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10대 공약을 보면 말의 잔치는 풍성한 데 과연 예산과 재원은 어디서 충당할 것인지 의문이다.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예산이나 재원조달 방법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역대 모든 선거 때마다 그러했듯이 한 마디로 주먹구구식이다. 공약 실천을 위한 소요예산을 아예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후보들도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재정충당방안은 공개했지만 대부분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부분인 공약에 필요한 소요 예산과 충당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

각 당은 명확한 예산 공개가 가져올 파장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과연 이 공약들이 실천 가능성이 있는 지의 여부다. 이전 정부에서도 정권을 잡은 이후에 실천하지 않은 공약들이 많아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국민의 의식은 높아졌는데 그 눈높이를 못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이전과 다른 정직한 대통령을 보고 싶고, 이전과 다른 공정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국민들의 바램이 이번에도 어긋난다면 과연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 것이지 참으로 생각이 많은 대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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