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녀자│박영자│앨피│640페이지





‘북한 녀자’는 해방 직후 체제 수립 초기부터 북한 정권이 추진한 양성평등 정책이 전쟁과 산업화, 경제난을 거치며 어떻게 굴절하는지를 밀도 있게 추적한다.

당시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선진적이었던 북한의 여성정책은 내외 정세 변화로 굴절됐고, 그 결과 가정과 사회 전체에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젠더 위계’가 현재에 이르게 됐다.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이 책에 북한 체제와 젠더사 연구의 성과를 담아냈다. 그는 탈북 여성을 만날 때마다 그들의 강한 자기주장과 억척같은 생활력에도 불구하고 가정이나 지역으로 돌아갔을 때 보이는 순종적인 모습에 놀라움을 표한다. 북한 여성들은 대체 어떠한 삶을 살아왔기에 오늘날과 같은 역설적인 존재가 되었을까. 저자는 한반도에 거주하는 우리의 또 다른 반쪽에 대한, 오래됐으나 아무도 속 시원히 답해 주지 않은 이 의문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해방 이후 70년간 한반도의 거대한 역사적 전환 과정에서 북한 체제와 젠더는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사회주의적 근대화를 추구한 북한 권력이 구축한 생활 세계와 성 역할은 무엇이었는지를 답하고자 한다. 저자는 북한의 여성정책의 정세에 의한 굴절 과정은 현재 북한 여성이 보이는 모순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맥락을 제공한다고 이야기한다. 더 나아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시장화의 능동적 주체로 북한 경제 발전을 담당하게 된 북한 여성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목표, 바람 등을 다양한 탈북민 인터뷰 자료를 통해 생생히 소개한다. 이를 통해 순환하지 못하는 닫힌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 북한 여성의 생존과 발전 전략, 선군과 시장화 사이에서 3대 세습을 선택한 북한 권력의 현실적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북한 정권의 특수성에 초점을 맞추느라 정권의 여성정책 및 담론 분석에 치중된 감이 있던 기존 북한 연구와 달리 해방 이후 당-국가 체제 수립부터 전쟁과 산업화, 1990년대 중반 이후 선군정치-시장화-3대 세습 순으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북한 젠더 전략의 통시적 역사를 다룬다. 이 책은 해방부터 3대 세습까지 각 시대 공간에서 펼쳐지는 북한 여성 변화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황호영기자/alex1754@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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