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50점도 안 돼요. 이젠 90점짜리 지도자로 거듭나야죠.”

박상관(48) 성남 분당경영고 농구 코치가 지도자 인생 ‘2막’을 열었다. 2014년 명지대 감독에서 물러난 그는 3년 만인 지난 2월 여고부 코치로 돌아왔다.

분당경영고는 그의 딸인 박지수(19·KB국민은행)가 몇 개월 전까지 활약했던 여자 농구 명문팀. 프로선수와 남자 대학팀 감독 등 남부럽지 않은 경력을 지닌 박 코치가 지도자 모집 공고를 보고 선뜻 지원하지 못했던 이유다. 배구선수 출신의 아내 이수경 씨도 다른 학교를 알아보라며 반대했다고 한다.

박 코치는 “딸의 모교라는 점이 걸렸고, 여고팀을 잘 이끌 수 있을지도 걱정됐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농구 지식과 경험, 열정을 다시 선수들을 지도하는 데 쏟아 붓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나중에는 아내도 잘해보라며 응원해줬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지난 14일 끝난 제42회 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에서 팀을 정상으로 이끌며 부임 후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분당경영고는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로 불리는 박지수를 포함한 ‘빅4’가 졸업한 만큼 주춤할 거란 주변의 예상과 달리 참가한 첫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박 코치는 “청소년 대표인 임예솔마저 부상으로 이탈해 지난해 베스트 멤버가 모두 빠진 상황에서 경기를 치렀다. 이번 우승의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 코치는 선수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어떤 상황에서든 절대 폭언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즐기는 농구를 통해 선수들 기량을 끌어올리겠다는 다짐이다. 그는 “지수 덕분에 어릴 때부터 봐오던 아이들이다. ‘아빠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이끌겠다”고 했다.

하지만 즐기는 농구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안다. 명지대 감독 시절에도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박 코치는 “성적을 올리려면 보다 세게 선수들을 몰아붙이는 게 정답인 줄 알았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선수들은 상처받고 나 또한 스트레스가 상당했다”고 돌이켰다.

박 코치는 10년 간 몸담은 명지대를 떠나고 2년 남짓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경기감독관과 비디오판독관 등을 지냈다. 여자농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선수들 움직임과 경기는 물론 여자팀 문화까지 엿볼 수 있는 값진 기회였다”고 했다.

분당경영고는 다음 달 9일 열리는 2017 연맹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에서 시즌 2관왕에 도전한다. 박 코치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으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동안 ‘박지수의 아빠’로 관심을 받았다. 앞으로는 부단히 노력해 좋은 지도자로 인정받겠다”고 힘줘 말했다.

장환순기자/janghs@joongboo.com 

사진=조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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