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학과 자연도태 '트랙제'… 학생 반발 거세

경기대학교가 학생들이 계열에 상관없이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는 학과구조 개편안(트랙제)을 백지화했다.

수강률이 낮은 비인기학과가 자연도태되는 방식이어서, 지성(知性)의 산실인 학교가 ‘취업 교육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서다.

경기대는 24일 유사 학과를 통합해 학생들이 희망 진로에 따라 선택적으로 과목을 수강하게하는 트랙제 학과구조 개편을 없던 일로 했다고 밝혔다. 트랙제 도입을 발표한지 10일 만이다.

학교 측 관계자는 “학과구조 개편은 학교 구성원들이 동의해야 진행할 수 있는데 반대가 심해 결국 트랙제 학과구조 개편안을 용도폐기했다”고 했다.

경기대는 트랙제 폐지 대신 현재 63개인 모집단위(학과·학부)를 48개로 축소하는 변경안을 검토중이다. 일부 학과가 학부로 통합되지만, 기존 63개 학과는 모두 유지되는 방식이라고 학교측은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추가 검토안은 기존 과를 유지하는 강의체계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경기대가 영문학과 등 63개 학과를 글로벌문화학부 등 20개 학부에 편입시키고 학생들이 트랙(기존 과(科))을 선택하는 방식인 트랙제로 운영하는 학과구조 개편안을 발표하자, 학생들은 “학교 측의 트랙제는 순수학문을 인기학과와 합병한 뒤 해당 학과를 없애려는 취지이자 순수학문을 무시하는 개편안”이라며 학과 개편안 반대집회 등 거세게 반발했다.

경기대는 수원·서울캠퍼스 학생들을 대상으로 각각 3번의 공청회를 진행하는 등 트랙제 도입을 밀어붙였지만, 학생들과의 합의는 실패했다.

힉생들은 경기대의 추가 검토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경기대트랙제반대운동본부 소속 한 학생은 “추가검토안도 학교가 트랙, 학과, 학부, 전공을 섞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최저정원제가 없는 학부 내 전공제도는 트랙제와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대 측 관계자는 “최종안은 위원회회의를 거친 뒤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대는 지난 3월 2억 여원을 들여 한국생산성본부에 학제개편 등이 담긴 ‘경기대학교 발전 전략 수립 및 경쟁력 강화 방안’ 용역을 의뢰했다. 경기대는 교육부가 2015년 8월 실시한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아, 학생정원감축 대상학교에 포함되자 학제개편 등을 추진했다.

변근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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