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 STORY] 의정부시청 빙상선수단 감독 제갈성렬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다가오면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앞서 전초전으로 삼은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금메달 15개 이상으로 종합 2위를 목표로 삼았던 한국 선수단은 이 대회에서 역대 최다인 16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 가운데 스피드스케이팅 7개, 쇼트트랙이 5개의 금메달을 안겼다.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에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꾸준히 배출되면서 대한민국은 빙상 강국 반열에 오른 모습이다.

특히 스피드스케이팅은 언제부턴가 빙상여제 이상화를 비롯해 이승훈 등 스타급 선수들로 인해 메달이 가장 기대되는 종목이 됐다.

하지만 높은 관심 만큼 빙상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여전하다.

일부 종목에서 파벌 싸움 논란이 벌어져 국민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고 그 후유증 탓인지 국민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대한민국 빙상 스포츠계가 투명하지 않다는 불신이 남아있다.

다가오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지금의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초석을 다졌던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선수이자 현재 의정부시청 빙상선수단 감독인 제갈성렬 감독을 만났다.

제갈 감독은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세차례 동계올림픽에서 500m와 1천m에 출전했고 1996년에는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 세계종목별선수권 1천m동메달을 따냈다.

이 후 1999년 강원동계아시안게임에서 500m 은메달을 따낸 뒤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2001년 빙상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체육훈장 거상장을 받기도 했다.

당시 대한민국의 스피드스케이팅은 세계에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1990년대에는 훈련 환경도 열악했고 선수층도 얇아 간신히 대회 출전을 이어오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한국의 제갈성렬은 세계를 주목시키며 스피드스케이팅 역사를 새로 썼다.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제갈 감독은 대한민국 체육계 발전을 위해서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 인물이다.

―1990년대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은 곧 제갈성렬이라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부터 얘기를 듣고싶다.

운동은 초등학교때 시작했지만 사실 정말 우연한 기회였다. 어릴적에는 굉장히 호기심히 많고 개구쟁이였다. 골목대장 제갈성렬이였다고 하면 이해가 될거다.

그래서 어머니도 걱정을 참 많이 하셨다. 학교는 공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애들하고 놀기위해서 가는거라고 생각할 정도라 그런지 공부를 못했다. 학교에서 받아쓰기 시험을 보면 10문제 중 2~3개 밖에 맞추지 못해 선생님이 늘 나머지 공부를 시켰다. 나머지 공부를 하다보니 하교시간도 늦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나머지 공부를 하고 혼자 학교 현관문을 나오는데 운동장에서 특이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을 봤다. 동작이 무척이나 재밌었다. 신기해서 가까이 가보니 형들이 선생님의 호루라기소리에 맞춰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나도 옆에서 동작을 따라했다. 체조인가요라며 선생님께 물었보니 선생님은 이건 스피드스케이팅이라는 운동의 동작이라고 하셨다.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작이 재밌어 집에 가서 부모님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당시 일 때문에 부모님이 무척 바쁘셨는데 공부에 관심없어하던 내가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생겼다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허락해주셨다. 그게 시작이다.

―국가대표 시절 선수촌 이탈 논란이 있기도 했다. 무슨일이 있었나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을 위해 대표팀에 소집됐다. 훈련하면서 조금 문제가 있었다. 감독님이 엄청 무서웠다. 이해 할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졌다. 표현하기 어렵지만 훈련과는상관없는 불합리한 상황들을 선수들이 겪어야 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나를 비롯해 몇몇 선수들이 훈련장을 이탈했다. 결국 저녁에 다시 돌아왔지만 난리가 났다.

이일로 결국 자격정지 2년 처분을 받았다. 억울했다. 단순히 훈련이 싫어서 이탈한게 아니였는데 첫 올림픽을 앞두고 자격정지를 당해 참담했다. 공부를 하며 마음을 다시 잡았다. 그러는동안 2년의 자격정지는 1년으로 줄고 1년이 또 6개월로 다시 3개월로 줄면서 올림픽 출전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대한만큼 좋은 성적은 얻지 못했다.



―한때 심각한 부상으로 선수생명이 끝났다는 얘기도 많았다.

꾸준히 세계 4위~5위 성적을 거둬서 나에게 기대가 많았다. 나 역시도 그 기대에 보답하고 싶었다. 93·94시즌에 들어갔는데 첫 월드컵을 독일 베를린에서 타게 됐다. 5위를 하고 테스트이벤트라해서 2차월드컵이 노르웨이에서 열렸다. 이상하게 그날따라 몸이 엄청 좋았다. 같이탄 선수를 이미 3코너 들어서면서 6m이상 앞서 있었다. 500m종목이라는게 3코너4코너에서 무서운 속력이 나기 때문에 제일 실수가 많이 발생한다. 해당 코너에 들어서면서 감당할 수 없는 속도가 느껴졌다. 파인 얼음판에 스케이트날이 들어가면서 넘어졌다. 발목이 부러졌다. 올림픽이 한달 남은 상황이었다. 스케이트선수에게 발목은 곧 선수생명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이제 끝났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부어서 스케이트가 들어가지 않는 발에 스케이트를 신을 정도로 포기하기 싫었다. 죽기 살기로 노력했다. 결국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제갈 감독의 빙상인생이 굴곡이 많아 보인다. 이제는 대한민국 빙상 얘기를 좀 해보자. 빙상계가 논란이 많았다.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 사실 스피드같은 경우는 선발기록대로 선수선발이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논란이 됐던건 빙상연맹과 쇼트트랙 관련된 얘기인데 선수짬짜미라던가 여러가지 각축을 벌이는 상황이 발생하고 어떤사람이 희생을 해야되고 나눠먹기식 논란도 제기되는 등 투명하지 않다는 불신들이 많았다.

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빙상연맹, 파벌 이런게 있었는데 사실 내가 얘기하는것이 맞는게 아니지만 종목단체 연맹들은 조금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연맹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게 안타까운 부분이다.



―그럼 과거 분위기와 비교한다면 달라졌나

많이 달라졌고 이미지를 탈바꿈하기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대기업이 후원을 하면서 보고있기 때문에 우선 선수기량, 경기력이 굉장히 좋아졌다.

사람들이 실수가 있는 법인데 워낙 주목을 받다보니 문제가 생기면 바로 언론화가 되다보니까 신중하게 절차를 진행한다. 과거 비난, 비판적 시각을 깨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 좋아졌다. 앞으로 더 좋아 질 것으로 기대하고 믿는다.



―대한민국 피드스케이팅이 잠시 반짝했다는 생각도 든다. 하향세는 아닌가?

단지 지금 단거리에서 성적이 계속 안나오고 있던 부분은 언제든 다시 살아날 것이다.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지도자들의 훈련처방이 좀더 세분화돼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탑에 올라가 있을때는 하나부터 열까지가 완벽하지 않으면 실패를 맛볼 수 밖에 없다. 체력, 기술, 장비적인 세가지의 요인이 완벽하지 않으면 우리가 원하는 경기력을 낼 수가 없는데 이런 부분이 세부적으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봐야한다. 4~5년정도 그게 부족한 것 같다. 외국인 지도자들 왔을때부터 소통이좀 안됐던 것 같고 소통안에서의 소통, 개인적인 처방과 체계적인 훈련을 이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훈련시스템에 대한 보강이 있어야되지 않을까 해서 주춤하고 있는 상황인데 워낙 저력이 있어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고는 본다. 하지만 이러한 대안이 개선되지 않으면 힘들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평창올림픽 열리는데 올림픽 전망은?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상당히 투철하게 임할 것으로 본다. 그만큼 긴장을 할 것이다. 홈그라운드에 이점이 있다고 생각하면 다른 선수보다 우세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는데 경기력, 기술, 장비 부분에 대한 대안을 해놓지 않으면 다른사람의 잔치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올림픽을 나가게 되면 전문가들이 1,2,3위 한다는 선수가 1,2,3위 한적이 없다. 보통 10위권내에 있는 선수가 툭 튀어나와서 메달을 따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변수가 많다는 얘기다. 굉장히 섬세한 운동이라 확신을 가질 수는 없으나 우리나라 선수는 그만큼 저력이 있고 실력이 있음은 자명하니 준비가 잘 된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본다.



―지난해 의정부 시청 빙상부 감독으로 임명됐다. 고향에서 지도자 길을 걷는다. 바람은 무엇인가?

의정부시청 빙상부 감독으로 부임한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영광스럽고 의미가 남다르다. 내가 태어난 고향에서 후배들을 가르쳐서 내 고향과 선수들의 꿈을 이뤄주는 동반자의 역할을 하는건데 아버지께서 지난해 7월에 돌아가셨고 마지막 말씀이 ‘성렬아 들어가게 되면 후배들에게 혼을 담아라 그리고 성실, 겸손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가슴에 굳게 새겼다.

탑클래스에 있는 선수들이 자세나 기술을 바꾸는 것은 그만큼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미 갖춰진 상태에서 바꾼다는 것은 매우 힘들고 생각을 전환하는 것은 더욱더 힘들다.

그런 모든걸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세계선수들은 의정부시가 한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선수들을 배출하는 곳이라고 알고 있다. 의정부라는 도시가 스케이트에 강한 도시라는걸 모두 알고있어서 개인적으로 자부심을 갖고있고 그런곳에 있는 직장운동부이기 때문에 열정을 담아 더 발전시켜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송주현기자.사진=조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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