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이은 무력시위와 트럼프의 대북 강경책, 중국의 사드보복 등으로 한반도 정세는 초긴장 상태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는 시진핑의 발언 또한 충격적이다. 미국의 사드보복 중지요청을 내정간섭으로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제19대 대선의 열기가 뜨겁다. 후보자수 15명, 투표용지 28.5Cm, 선거벽보 10미터, 선거공보 120페이지 등 이번 선거는 역대의 선거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반면에 짧은 선거일정에서 지지하는 후보자를 파악해야 하는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4월10일, 11일 양일간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82.8%로 지난 제18대 대선 당시 비슷한 시기에 조사한 결과(78.2%)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20대와 30대의 연령층에서 적극 투표참여 의향이 18.5%와 9.8% 더 높게 나타난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7.9% 감소하였다.

이번 조사에서 후보자 선택 시 고려사항은 인물?능력 47.1%, 정책?공약 35.0%, 정치경력 5.4%, 정당 4.0%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가 변화를 열망하는 야권후보 간의 치열한 경쟁구도로 펼쳐지면서 청년층의 정치참여 의욕이 높고 정당보다는 인물 됨됨이나 공약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탄핵 이후 실시되는 선거다 보니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 조바심이 나는 것 같다. 그러나 대선 일정이 너무 짧아 후보자는 자신을 알릴 시간이 없고 유권자도 후보자를 제대로 파악할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최근 실시되고 있는 후보자 TV토론의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유권자의 심리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일정이 짧다보니 원고 없이 펼치는 스탠딩 토론의 진검승부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것이다.

1960년 3?15부정선거, “막걸리와 고무신 선거”와 같은 어두운 선거문화가 1980년대의 민주화 과정을 거쳐 오늘날 TV 토론이 인기를 누리는 상황으로 변화된 것은 우리의 발전된 선거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일상에서도 토론과 다양한 논쟁은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고 다음어서 새로운 정책을 창출하는 샘터 역할을 한다. 다만 최근의 TV 토론이 정책에 대한 대결보다는 과거의 행적이나 상대의 약점에 대한 집요한 공격에 치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TV 토론 외에도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정책공약알리미에 공개되는 후보자의 10대 공약, 선거공약서, 선거공보 등을 참고하는 것도 후보자의 자질과 공약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으며 정치를 잘 아는 편이지만 정치인의 성향이나 정치슬로건에 좌우되고 정책과 공약에 대하여는 깊이 있는 분석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책과 공약의 재정추계와 실현가능성이나 효과성 분석을 위해 상설화된 제도나 시스템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해외의 사례에서 호주의 의회예산처(PBO), 네덜란드의 중앙계획국(CPB), 뉴질랜드의 재무부 등에서는 정당의 선거공약에 대한 비용추계 지원이나 공표 등을 통해 포퓰리즘 공약 제시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호주 의회예산처의 경우 선거 시기에 관계없이 소수정당 및 무소속 의원도 정책비용 산출 및 예산분석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우리도 이러한 정책공약 재정추계 지원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최근 등장한 가짜뉴스 못지않게 포퓰리즘 공약을 걸러내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중앙선관위는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대한민국”을 선거 슬로건으로 정하였다. 유권자의 힘은 투표에서 나온다. 대한민국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까?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방향 그리고 그가 내세운 공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최형기 인천 중구선관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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