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대입 수능을 앞두고 수험생이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점검해볼 수 있는 모의고사가 지난 3월에 이어 4월 12일에도 치러졌다. 올해 들어 두 번째 모의고사다. 해마다 굵직한 변화들이 있었으나 올해 대입은 어느 때보다 변화가 크다. 가장 주목할 점은 영어영역의 절대평가 전환인데,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1등급 비율이 높아진 영어 절대평가가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했다. 각 학교별로 영어 점수의 반영 방법과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지원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음으로 주목할 점은 수시모집의 증가다. 올해 수시모집 비중이 전체 모집인원의 73.7%를 차지하면서 정시 선발인원은 역대 최소로 줄어들었다. 이제 수험생에게 수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수능 영어에서 90점을 기본으로 챙기고, 학교 내신과 비교과 활동에서 두루 우수해야 하며 논술과 구술면접까지 야무지게 준비해야 승산이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3~4월 모의고사를 바탕으로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고 서둘러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여 수시를 준비해야 한다.

논술전형에 대한 전망은 어떨까. 논술 선발 비중이 높았던 고려대가 올해부터 논술전형을 폐지하였고 최근 3년간 논술 선발인원이 조금씩 감소 추세를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논술의 영향력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논술전형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 주요 대학들에서 시행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학생부전형이나 수능에 승산이 없는 학생들이 논술전형을 통해 상위권 대학에 도전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논술의 영향력을 우습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대학의 입장에서 논술은 지원자의 기본적인 수학(修學) 능력은 물론, 종합적 사고 능력과 창의력, 글쓰기 실력까지 두루 평가할 수 있어 여전히 변별력이 높은 전형이다. 반대로 학생의 입장에서는 내신과 비교과 활동에 자신 없는 학생들이 ‘in서울’을 노릴 수 있는 주요한 기회이므로 문과는 물론 이과에서도 주목을 받는 전형이다.

올해는 덕성여대의 논술이 부활하고 한국산기대의 논술이 신설되면서 논술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의 수가 더 늘었다. 논술고사는 과거와 달리 교과 과정 내에서 출제되는 경향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최근 들어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없는 대학이 늘면서 문턱이 낮아진 덕에 지원 폭도 더 넓어졌다. 특히 올해는 연세대와 성균관대의 치의예과, 한양대 의예과 등에서 모집 인원을 늘렸기 때문에 의대 진학에 목표를 둔 이과 학생들에게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수능에 자신 없는 수험생들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없는 학교들에 많이 도전하는 편이다. 최저학력 기준 미적용 대학에 대해,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이 의심을 품는 부분이 있다. 논술고사는 형식이고 내신을 더 중요하게 반영하여 선발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들은 대학 측의 평가 기준을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되는지 궁금해 한다.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대학들이 제시하는 평가 근거는 신뢰도가 매우 높다. 경쟁자들의 내신이 고만고만할 때는 논술고사 점수가 높을수록 승산이 있고, 지원자의 내신이 낮은 경우에는 논술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얻도록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필자의 경험을 사례로 들어보면 내신 7등급이었던 외고 재수생이 한양대(서울)에 합격한 사례가 있었고, 일반고 내신 6.5등급이었던 학생이 단국대학교(죽전)에 합격한 사례, 일반고 내신 6.3등급이었던 학생이 서울과학기술대학교나 경북대학교 사범대에 합격한 사례, 일반고 내신 5.8이었던 학생이 광운대학교에 합격한 사례 등이 있었다. 2017학년도에는 일반고 내신 5등급 중반대의 학생이 건국대(서울) 정치외교학과에 논술전형으로 합격한 사례도 있다.

이상의 사례들 모두 논술고사 점수의 중요성을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많은 학생들이 논술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4월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아본 다음에는 더 늦지 않게 수시 지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계획을 세웠다면 그에 맞는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최영신 경희대 평생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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