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염태영 수원시장은 민생정치의 상징이었다. 낡은 정치의 밑동을 허물려 했다. 일벌레처럼 주어진 과제를 성실히 수행했다. 염시장은 더민주 당론으로 어린이 보육예산(누리과정)의 편성·집행을 거부할때 그와 반대로 긴급 예산을 준비했다. 수원 시민 우선 주의였다. 이 때문에 염 시장은 당론을 따르지 않는 불편한 존재가 됐다. 반대로 이는 염 시장의 용기처럼 비춰졌다. 수원시의 핵심사업인 군공항의 화성 이전 발표와 문재인 대선후보 공약에 수원시의 100만도시 이상 법례 특례화 추진 사업이 포함된 것도 3선을 준비하는 염시장에게 큰 호재다. 이런 호재를 이용해 측근들이 염비어천가를 부른다.

호재가 충만(充滿)했던 것인가. 현 정권 국정농단에서 드러났듯, 염시장 측근의 달콤한 속삭임은 오히려 염 시장을 구렁텅이로 몰아가고 있다. 염 시장을 붕 뜨게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집권 7년차정도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내가 해봐서 알아’라는 오만증후군과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허리가 굽혀지지 않는 마법’이 염 시장에게도 엿보인다. 수원시청과 지역 정가 일각에서 염 시장의 비난여론이 존재하는 이유다.

지역정치권 한 인사는 ‘염 시장은 지금 (비서가 차문을 열어주기 전까지는) 자신의 손으로 차문도 못 연다’고 했다. ‘배가 너무 나온 것 아니냐. 악수할 때 표정이 굳어있다. 말이 많아졌다. 권위적이다’라는 혹평이 들린다.

심지어 수원시청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의 수원시판인, ‘외부측근 시정농단’이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염 시장을 후원했던 한 인사 등 외부인사가 시청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 등 카더라식 통신이 쏟아진다. 염 시장 주변 인재풀이 적어, ‘산하기관에서 문제가 돼 퇴직했던 측근을 회전문 인사로 채운다. 특정 인사가 산하기관을 수 년간 독식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오만이 겸손을 억눌려, 자신이 선의라고 생각한 것들이 자신도 모르게 악의로 변질되면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박정희 키드’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최태민을 강원도 인제 산골(21사단)로 유배, 격리한 것은 전 전 대통령입장에서는 선의였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악의로 간직돼 ‘사돈의 팔촌 재산까지 압수수색’하는 전두환 추징법을 만들게 했다. 염시장도 이런 비판과 카더라 통신을 타 세력이 자신의 7년간의 업적(선의)을 악의로 포장하려 한다고 치부할 수 있다. 때문에 염 시장은 여전히 또다시 꽃가마를 타고 꽃길을 걸을 기대에 부풀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불행히도 120만 수원 시민은 역대 수원시장에게 3선의 기회를 준 적이 없다.

대법원서 뇌물수수 혐의를 벗은 심 전 시장은 무소속으로 2차례에 걸쳐 수원시장을 지냈으나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는 뇌물수수 건을 집중 공략한 김용서 전 시장에게 밀려 낙선했다. 2선의 김 전 시장도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해 출마를 포기했다. 김 전 시장은 2014년 선거에서 공천을 받아 3선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역대 시장의 낙선은 바람(風) 등 정치격변이 그 이유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신도 모르게의 마법’에 걸린게 원인이었다. 이 마법은 시민에게도 전염된다. 염시장이 아직 어떤 비전도, 이념도, 가치도 제시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40년전의 돼지 발정제가 홍준표 대선후보의 발목을 잡고, 외부세력의 국정농단이 박 전 대통령을 함정에 빠뜨렸듯이, 사이언스파크의 문중 땅이 1년후 선거에서 재점화되고 측근의 비리가 염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염시장에 대한 갑·을·병·정·무 ‘독수리 5형제’의 비호(庇護)도 어느 순간 비우호(非友好)로 바뀔 수 있다.

염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투표자 50만명중 30만명(59%)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30만명은 120만 수원시 인구의 25%에 불과하다. 91만명 유권자의 33%다. 67%의 중도나 반대세력이 염시장을 지켜보고 있다. 현재의 꽃길이 진흙탕길이 되는 것은 것은 순식간이다.

염시장은 무엇이 수원시를 위하고 무엇이 자신을 망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수원시에서 3선 시장이 왜 없었는지 곰곰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1년의 시간이 있다.

김만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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