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벚꽃이 필 무렵이면 경기북부청사 앞에는 서울시청사 광장보다 2.3배나 더 큰 광장이 만들어지게 된다. 경기 북부청사는 큰 변신의 계기가 될 것인데, 과연 우리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또 무엇을 꿈꾸는가. 한마디로, 모든 것을 개방하고 도민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신나게 일하겠다는 경기도 공직자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다. 북부청사가 더 이상 권위적인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도민입장에서 하소연하기 편한 외삼촌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경기남부에는 행궁광장, 광교신청사 광장 등이 있으나, 북부에는 이렇다 할 사람들이 모일 공간이 없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이번 광장 리모델링 사업은 참으로 중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북부청사에 방문한 사람들로부터 이런 말씀을 듣고 싶다. “아~ 요즘 공무원들 일 좀 제대로 하네~”. “가족들과 함께 와서 놀고 싶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나는 누워서 책도 보고, 아내는 차도 마시고, 야외에서 맛있는 식사도 하고..”. 할 말이 있으면 도지사, 도의원, 공무원도 만나고, 못 만나면 나의 생각을 어딘가에 남겨두고 가면 SNS로 대답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여름에 멀리 휴가 못 가신 분은 도청에서 물놀이도 하고, 캠핑도하고, 밤에는 콘서트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경기북부청사 앞 공간을 도민 소통의 광장으로 구상하기 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청사 앞 T자형 6차선 도로로 인해 분절되어 있는 세 공간을 연결하기 위해, 보행육교가 성의껏 디자인되었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시각적으로는 육교가 도시경관을 훼손하고 육교경사로는 평면보행보다는 불편하다는 것이 걱정되었다. 새벽이면 주변을 산책하며 대안을 궁리하였다. 여러 사람들에게 의견도 물었다. 문득 청사 전면도로를 우회시켜 광장을 통합시키는 방안이 떠올랐다. 6차선의 넓은 도로를 우회시킨다는 생각이 무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전문가들에게 가능성을 타진했다. 전문가들도 처음에는 놀라기는 했지만, 그것이 가능만 하다면 기가 막힌 대안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도로교통을 관리하는 의정부시에서는 오히려 대단히 반가워하는 반응이었다.

한고비를 넘었다. 이제 어떻게 디자인 할 건가. 우선, 경기도에서는 지형적인 기반만 만들고, 시민들이 주도하여 전문가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가는 방식이 되어야한다. 시민들의 애환과 마음을 담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60개국으로부터 온 이민자가 많이 살고 있던 칙칙한 슬럼화된 동네는 슈퍼킬른 프로젝트(Superkilen Project)를 통해 정감어린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람들에게 공간을 주고 고향의 그리운 마음을 담아 아이디어를 제안토록하고 전문가의 협조를 받아 광장을 디자인하고, 정부에서는 돈을 대서 동네광장을 조성했다. 개성 넘치는 공간이 되었다. 우리 북부청사 광장에도 도민들의 마음을 담아내야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광장이어야 한다. 어린이가 즐거운 놀이터가 필요하며, 그 놀이터의 디자인은 어린이가 주도해야 한다. 순천에는 ‘기적의 놀이터’가 있다. 어린이들이 주도하고 전문가가 도와주면서 놀이시설을 만들었다. 화려한 놀이기구가 아니다. 동굴도 있고 물길도 있고, 모래밭도 있다. 소박하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더 재미있어 한다. 광장주변에는 나무그늘, 카페, 푸드트럭, 도서관, 야외식당(Al fresco) 등이 있어서 사람들이 머물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너무 욕심을 내어 시설을 가득 채울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을 지금 결정하고 채우기 보다는, 가능한 한 빈 공간을 많이 남겨두어야 한다. 수년간 단계적으로 이용하면서 발전시켜 나가야한다. 미래 세대들의 마음에 따라 변화도 일어나도록 하고, 착탈이 가능한 방식이 되어야한다. 다양한 행사를 유치할 수 있으며 변화도 용이하도록 해야 한다. 로스엔젤레스 LA Live광장의 규모는 1600 평방미터밖에 안되지만 그레미상 시상식, 야외공연장, 농구장, 스케이트장, 물놀이장, 캠핑장 등 다양한 기능을 변화무쌍하게 수행한다. 용인시청 성남시청의 물놀이장, 서울시 아이스케이트장 등도 마찬가지이다. 네델란드 엠멘(Emmen) 시청 광장(Raadhuisplein)의 평평한 바닥이 여름에는 해변처럼 수변공간으로 변할 수 있고, 밤에는 바닥분수에 조명이 들어와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제 북부청사 광장은 경기도청이 소유하는 마당이 아니라, 시민의 마당이 되어야 한다. ‘북부청사 광장’이라는 행정적인 이름보다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예쁜 이름을 도민들이 붙여주도록 할 생각이다. 도민들이 공감하는 애칭을 꿈꾼다. 일 년 내내 열린 공간으로서, 문화행사가 연중 계속되고, 마음의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 내년 벚꽃이 필쯤이 벌써 기다려진다.

김동근 경기도 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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