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감독과 비교는 대단한 영광이다. 하지만 나는 짐 팩일 뿐이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의 사상 첫 1부리그 진출을 이끈 백지선(50·영어명 짐 팩)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달성한 거스 히딩크 감독과 자주 비교된다.

혈연·지연에 얽매이지 않고 선수를 기용하고, 기술보다는 체력에 중점을 맞춘 훈련법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점,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적을 일으킨 점에서 두 지도자는 닮았다.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기적을 일으키고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 백 감독은 히딩크와 비교한다는 말에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히딩크는 대단한 지도자다. 그는 축구에서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며 “그와 비교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저 짐 팩일 뿐”이라고 말했다.

백 감독은 “아이스하키팀이 성장하려면 여러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며 “한 사람의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도와줬기에 가능한 결과였다”고 자신의혼자 힘으로 이룬 성취는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백 감독이 이끄는 우리나라 대표팀은 전날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막을 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에서 3승 1연장승 1패로 준우승을 차지하며 사상 처음으로 월드챔피언십(1부리그)으로 승격됐다.

우크라이나와 최종전에서 대표팀이 슛아웃까지 가는 혈투 끝에 승리하자 눈물을흘리는 백 감독의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감동을 주기도 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해왔던 백 감독이기에 더욱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백 감독은 “나이가 많아지다 보니 눈물이 늘었다”며 웃고는 “선수들이 정말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다. 말로 표현 못 할 기분이었다”고 1부리그 승격이확정된 순간을 돌아봤다.

백 감독은 ‘본인도 기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선수들이 모두 최선을 다해준 덕분에 이런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잘 싸워준 선수들을 칭찬했다.

한국은 이제 세계 최고 레벨의 16개국이 뛰는 월드챔피언십에 나선다. 캐나다, 미국, 핀란드, 러시아, 체코 등과 같은 톱클래스 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백 감독은 “우리가 거둔 성과를 통해 미디어가 관심을 두게 되고, 사람들이 관심이 늘어나면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을 위해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회 기간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 ‘믿음을 갖자’고 얘기했다. 다가오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백 감독은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님과 선수들, 그리고 코치진 모두의노력이 결실을 보았다”며 성공의 비결에 대해서는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나는 주위에 환상적인 사람들이 있고, 이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이러한 모든 일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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