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급작스럽게 치뤄지면서 일명 ‘깜깜이 선거’라는 말이 나온다.

또하나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샤이(Shy) 계층’, ‘샤이 보수’이다.

‘샤이’는 여론조사에서는 다른 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하지만 정작 투표는 그 쪽에 하지 않는 계층이다.

따라서 ‘샤이 보수’는 보수계열을 지지하면서도 여론의 분위기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공개여론조사에서는 숨어있는 지지자, 투표 날에는 보수당에 표를 던지는 이들을 말한다.

‘샤이’는 샤이 토리라는 단어에서 기원한다. 토리는 영국 보수당의 옛 명칭이다.

1992년 영국 총선 당시 대처 수상 말기부터 국민 사이에서 인기가 바닥을 치던 보수당이 노동당에 패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선거에서는 보수당이 41.9%, 노동당 7.6%를 득표하면서 보수가 승리했다.

지금 우리나라 19대 대선에서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2, 3위를 달리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진영에서 여론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선거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론조사가 샤이 보수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보수 정당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드러내 놓고 보수를 지지한다고 할 수 없지만 속마음은 여전히 보수성향인 유권자가 많다는 설명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최근 유세에서 “샤이 보수 가담으로 오는 7일 문재인 후보와 골든크로스를 이루게 되고, 조금만 더 가면 대역전을 한다”고 자신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 측도 “안 후보를 지지하는 10~15%가 묻혀있다”고 말한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진보 성향이 60%, 보수 35%이며, 현재 부동층이 25%인 상황에서 ‘앞으로 지지층을 바꿀 수 있다’는 응답자도 25%에 달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50%가 부동층이라고 볼 수 있고 그 가운데 15% 정도는 개혁적 보수 세력으로 안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 선거에서 여론조사와는 달리 ‘샤이’ 표가 선거 결과를 다르게 한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16대 대선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것으로 나왔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패한 것을 비롯, 세월호 침몰로 암울한 분위기에서 치뤄진 2014년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새누리당이 다수를 차지한 사례, 20대 총선에서의 새누리당 참패 등이 대표적이다.

또 한가지 이번 대선에서는 ‘세대간 대결’이란 말도 자주 나온다.

젊은층과 노년층의 지지 후보가 다르다는 의미다.

대체적으로 20~30대는 진보, 60대 이상은 보수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40~50대가 낀 세대가 되고 있다.이들은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놓은 후보를 쫒아 이동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세대간 대결은 복잡한 사회구조 만큼 연령대별로 요구가 다른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젊은층은 ‘청년실업’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고, 노인층은 ‘노인복지’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의 선거는 생활밀착형 맞춤형 공약을 다양하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과거 민주화 운동 시절처럼 하나의 거대한 어젠다가 물결을 이뤄 선거를 좌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샤이 보수’, ‘세대간 대결’ 등은 선거공학을 토대로 결과를 예측해 보는 현상들일 뿐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미스런 역사를 만들고 치뤄지는 19대 대선은 ‘국민 대통합’이라는 분명한 명제에도 불구하고 그런 흐름을 주도하는 후보가 없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TV토론이나 각종 유세에서 후보자들은 국론분열에 대한 책임공방,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에만 집중해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대선후보 TV토론은 코미디 프로를 연상시킬 정도이다. 대통령을 목표로 하는 사람으로서 국민에 대한 존경은 고사하고 어려움도 찾을수 없다. 오락프로 출연자들이 말하듯 가볍게 던지고 가볍게 받는다. 대선이 희화화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후보자의 공약을 듣고 선택의 판단 기회가 되기는 커녕 선거에서 멀어지게 하는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결국 이번 대선은 유권자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셈이 됐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유권자의 몫이 된 것이다.

아무리 민주주의가 최고가 아닌, 상대적으로 좀 더 나은 사람을 고르는 정치형태라고 해도 감동을 주는 후보가 없다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강광석 인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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