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재벌개혁'을 10대 공약 가운데 하나로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재계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재벌개혁이나 지배구조 개선 등이 자칫 기업의 경제활동을 억누르고 투자·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은 곧바로 공약 관련 영향 분석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 개선, 법인세 인상, 상법 개정, 금산 분리 등 경영활동에 직결될 사안들을 중요도에 따라 분류하고 현황을 분석할 계획이다.

4대 그룹 관계자는 10일 "규제를 풀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데 재벌개혁이나 법인세 인상, 공정위 권한 강화 등은 재계의 입장에서 보면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특히 법인세 인상은 기업 재무구조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 순위 10위권 내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도 박근혜 정부의 핵심 어젠다가 경제민주화였는데 실상은 기업만 옥죄고 투자가 미약해지는 결과로 끝났다"며 "이번 정부에서도 여론몰이식으로 재벌 죽이기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주로 펼쳐진다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국민 목소리에 역행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계 관계자들은 새 정부가 대기업과 재벌을 무조건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말아 달라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4대 그룹 관계자는 "한국 경제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주체가 대기업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대기업이 적폐 대상으로 공격받는다면 해당 기업으로서는 불행한 일이 될 것이며 경기회복에 부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기업연구실장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재계를 구분하지 말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 나갔으면 좋겠다"고강조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이런 역할을 하는 데 대기업이 '불공정의 온상'으로만 취급받으며 배제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선거가 마무리된 만큼 필요한 규제와 그렇지 않은 규제를 가려서 실행해야 하며 대기업들이 불필요한 부분에 에너지를 분산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을 고려할 때 정상적으로 투명한 경영활동을 해 나간다면 크게 우려할 점은 없다는 관측도 재계에선 나오고 있다.

기업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보복하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기업을 상대로 칼을 휘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기업들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서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혁 정책에 대해 일부 긴장하는 기업도 있겠지만 그동안 일감몰아주기 제재 등이 추진됐고 그에 맞춰 기업들도 준비해왔다"며 "문 대통령도 가급적 많이 듣고 포용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무리수를 두면서 재벌개혁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합

▲ 사진=연합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