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남양주·의정부에 걸쳐 있는 광릉숲에서는 지난 100년간 호랑이, 표범, 늑대가 사라지고 담비와 삵이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지난 10일 공개한 광릉숲에서 서식하는 동물과 식물의 100년간 변화에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00년∼1970년대 광릉숲의 ‘최고차 소비자’(최상위 포식자)는 호랑이, 표범, 늑대였으나 순차적으로 사라지고 현재는 담비와 삵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담비는 현재 3∼4마리가 광릉숲에서 관찰되고 있다.

특히 광릉숲의 핵심 산림생물종인 천연기념물 크낙새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됐으며 역시 천연기념물인 장수하늘소도 개체 수가 현저히 감소했다.

최고차 소비자의 절멸과 감소는 하위 육식 소비자와 초식 소비자 그리고 생산자인 식물생태계 변화 과정에 연쇄적으로 영향 준다고 국립수목원은 설명했다.

또 이같이 광릉숲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 외부 요인으로 수도권 도시화, 산업화에 따른 산성비와 질소 침착, 일제강점기 시험림 지정 후 조림, 인접 지역 개발에 따른 생태계 고립, 기후변화 등을 꼽았다.

국립수목원은 이번 결과를 생태계 안에서 먹이 연쇄 등을 그림으로 표현한 ‘영양 그물’(trophic web)로 만들어 호랑이 같은 최고차 소비자의 절멸, 생태계 축소와 영향 인자 등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했다. 1900년대 생태계 동태는 조선시대 문헌 등을 참고했다.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최근 국제적으로 생태계 구조와 기능을 조절하는 최고차 소비자 감소, 연쇄적인 영양 그물 축소 등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며 “광릉숲 생태계 영양 그물 변화 모델은 국내 첫 연구 성과”라고 밝혔다.

국립수목원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오는 6월 15∼16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한국기후변화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서희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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