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가 들어서기에 최적의 입지라고 평가받은 위례신도시의 상권 형성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장기간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1일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자체 조사결과 위례신도시 내 일반상가의 약 50%·근린상가의 약 70%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고, 상층부 업무시설의 경우 분양 실적이 더 저조한 상황이다.

주인을 찾은 상가라도 높은 임대료 탓에 임차인 구하기가 수월하지 않은데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만한 업종도 제한적이다.

중심상권인 트랜짓몰 부근 1층 상가의 임대료는 전용면적 33㎡ 기준 보증금 5천만~1억 원·월세 300만~400만 원 선이다.

위례신도시 주민은 “입점을 마친 1층 상가 대다수는 분양권 거래 중개를 위해 들어선 부동산 중개업소가 차지하고 있고,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상점만 간간이 보일 뿐”이라면서 “주민 편의·쇼핑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위례신도시는 상업용지 비율이 1.9%로 다른 2기 신도시인 판교(3%)나 동탄(4%)에 비해 낮은 반면 인구밀도는 15.6%로 판교(9.5%), 동탄(6.9%)보다 높아 상가가 들어서기에 최적의 입지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이런 이점도 높은 가격과 신도시 개발의 불확실성을 뛰어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상가 매도·매수자간 간극이 커 거래가 답보 상태지만 가격 조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입지가 뛰어난 상가는 선점이 끝난 데다, 상가 소유주들 대다수가 대출 압박을 신경 쓰지 않는 자산가들이라 손해 보고 팔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발호재 지연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하철 8호선 우남역 개통은 당초 2017년에서 2년 연기된 2019년으로 미뤄졌다.

지난해 시공사 변경 등 진통을 겪은 위례신사선 경전철이 예정(2024년)대로 개통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상가정보연구소 이상혁 연구원은 “위례신도시 상권이 전형적인 신도시 개발 초기의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신도시나 택지지구에 투자할 때는 동원할 수 있는 자금여력을 충분히 점검한 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위례신도시는 수도권 신도시를 통틀어 유일하게 서울 강남에 조성되는 신도시로, 총 계획 가구수는 4만2천392가구이며 현재 2만가구 이상이 입주를 마쳤다.

최남춘기자/baikal@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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