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자금 부족 사회 생활 지장 등 이유

#화성 병점에 사는 정모(34)씨는 지난해 10월 결혼을 했으나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돼 정관수술을 결정했다. 결혼만 하면 최대한 아이를 많이 낳고 싶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수술을 반대하는 아내를 수 일에 걸쳐 끈질기게 설득해 지난 3월 수술을 받았다. 형편이 나아지면 복원수술을 받아 아이를 가질 계획이다.

#수원에 거주하는 김모(30)씨는 지난달 한 비뇨기과의 문을 두드렸다. 4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지만 결혼자금이 넉넉치 않아 결혼을 뒤로 미뤄 논 상태로 덜컥 아이라도 생기게 된다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아 정관수술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성남에서 서울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정모(35·여)씨는 지난해 말 분당의 한 병원을 찾아 ‘난자 동결’ 시술을 받았다. 당분간 결혼이 어렵다고 판단되고 늦은 나이에 임신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난자 7개를 채취해 얼려논 상태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남성들이 취업난과 경제난 등으로 정관수술을, 여성은 사회생활 등으로 인한 만혼(晩婚)으로 난자를 얼려 놓는 신풍속도가 생겨났다.

 11일 비뇨기과 병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되거나, 혼전 임신을 막기 위한 30대 젊은 남성들의 정관 수술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관수술은 자녀계획이 끝난 남성들이 안정적인 피임을 위해 이용해왔다.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한 남성의원 관계자는 “정관수술은 보통 결혼 후 자녀를 둔 40~50대 남성들이 주로 했는데 최근에는 예전보다 확실히 젊은 남성들의 정관수술이 늘고 있고 전화 문의도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 관계자는 “정관수술을 받더라도 나중에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생각이 들때 다시 복원수술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복원수술을 받는다고 해도 100% 복원되지는 않는다”며 “임신이 될 정도의 복원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복원이 되지 않아 아이를 갖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관수술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들도 만혼 시대를 맞아 난자를 동결시켜 보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난자는 노화에 민감해 34~37세를 기점으로 여성의 가임력은 뚝 떨어진다. 그런데 여성의 사회 활동이 늘면서 결혼도, 출산도 늦어지자 ‘난자 동결’을 선택한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젊을 때 난자를 보관해 추후 시험관아기 등을 시도할때 임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수원의 A병원은 지난해 24명의 난자를 보관하고 있다. 이는 2014년 7명, 2015년 19명보다 크게 늘었으며 S산부인과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각각 4건 등 총 12건의 난임시술을 실시했다. 화성 동탄의 J산부인과는 1달에 평균 30~50건의 배아를 동결하고 있다.

 A병원 관계자는 “여성들이 난자 동결을 하는 이유는 보통 항암 치료 등을 하게 되면 난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난자를 추출해 보관했는데 최근에는 젊은 난자를 보관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며 “만혼의 시대에 난자 동결은 난임 치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성기자

▲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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