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 STORY] 총경 출신 경찰인권센터 소장 장신중

2년 전 경찰 조직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고발한 책이 출간됐다. ‘경찰의 민낯’이라는 책의 제목에서부터 연상 되듯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경찰 내부의 이야기가 책을 통해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책에는 경찰 수뇌부가 조직 내외에서 행했던 비민주적 행태들을 비롯해 현장 경찰들이 받는 억압, 불합리한 관행 등 사실로 믿기 어려울 정도의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책의 저자는 장신중 경찰인권센터 소장.

장 소장은 31년간의 경찰생활을 마감하고 지난 2013년 총경으로 퇴직한 전 경찰 간부 출신이다.

현역 시절부터 경찰 개혁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던 그는 퇴직 후에도 인터넷 SNS 페이스북에 경찰인권센터를 만들고 경찰 내부를 향한 쓴소리를 계속 내뱉고 있다.

그를 향해 환호와 박수를 치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다.

장 소장의 페이스북은 늘 방문한 사람들의 댓글로 북적이며 경찰과 관련된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대중의 관심으로 떠오른다.

장 소장을 만나 그가 말하는 진짜 경찰 얘기를 들어봤다.



―인터넷 SNS에 개설한 경찰인권센터에 전·현직 경찰을 비롯해 일반인들까지 관심이 많다. 억울한 일을 호소하는 창구로 여겨질 정도다. 퇴직 후 경찰인권센터를 만들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처음에 나름 경찰 내부를 변화시켰다고 생각하고 퇴직을 했다. 나머지는 경찰 후배들에게 믿고 맡기고 나름 내 인생의 2막1장을 하려고 나왔다. 내 일에 충실하고 내 나름의 생각을 현실화하려고 나왔는데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세월호다. 세월호사태가 나고 얼마있다보니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도 가슴아픈데 국가가 역할을 못했고 그 차원을 넘어서 오히려 세월호를 압박하고 유족들이 무슨죄가 있다고 뒤집어 씌우는 이상한 상황에 경찰이 나서는거다. 경찰이 예전 권력에 복종하고 권력의 요구에 의해서만 시민들을 통제하던 것에서 달라졌고 경찰내부의 민주화도 어느정도 이뤄졌다고 생각했는데 나와서 보니 이게 전혀 아니라고 보였다. 특히 유족들이 호소하지 못하게 막고 난리가 났다. 심지어 세월호 뱃지, 마크 만든거 가지고는 경복궁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고. 세월호 뱃지달고 청와대 앞에 지나가면 위험요인으로 간주하고 못가게 하는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시민으로 돌아왔지만 시민의 역할을 하면서도 경찰내부를 변화시키고 개혁시키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을 쓴 것인가?

“맞다. 책을 쓸 생각도 처음에는 안했다. 원래 현직에 있을 때 책 한권 쓰려고 하다가 시민으로 돌아가는데 편하게 생활하자, 그러면서 쓰려던 걸 접었다. 그러다 이거 아니다 경찰 내부에 잘못된 역사가 기록이 안되니까 이러는구나. 반복되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 경찰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공을 기록하는 책이 아니라 과오도 기록하고 현장 경찰관들이 자신들이 체험한 역사를 책으로 묶어야겠다 싶어서 쓰게 됐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

―내부 얘기를 폭로해 문제되지는 않았나?

“폭로가 아니라 사실의 공개가 맞다. 경찰 지휘부에서 맨 처음에 그걸 검토했다고 하는데 제 입장에서는 감사한 일이다. 소송을 제기하면 얼마든지 받아줄 생각이 있다. 처음에는 책에 거론된 인물들을 다 실명으로 했었다. 초고를 보면 부피가 더 두껍고 나중에는 걸러냈지만 전체 다 실명이었다. 출판사에서 그대로 나갈 경우 100% 소송걸린다며 난감해 했다. 내가 소송은 다 감당할테니 그대로 해달라 했지만 출판사에서 의견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내용도 완화해주고 그 안에 있는 실명도 익명으로 바꿨다. 다만 청장들은 공인이니까 실명으로 하고 나머지는 익명으로 바꿔주는 선택을 했다.”

―현직 직원들이 내부제보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최근 계속해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무엇인가?

“가장 문제가 감찰제도다. 빨리 달라져야 한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감찰이라고 하는게 우리나라 용어중에 찰자 들어가는게 많다. 검찰, 경찰 이런식으로. 찰이라는게 살핀다, 사찰한다는 뜻이다. 시민을 감시한다는 소리다. 권력자에게 도전하지 못하도록 감찰을 한다는 뜻이다. 범죄자들을 살핀다는 뜻이 아니고 시민들을 살핀다는 뜻이다. 감찰이라는게 대단히 언론을 틀어막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서 어떤거냐 하면 초기에 인권센터 안 만들고 글을 쓸 때 SNS에 좋아요를 누르는 건수가 2천700여개, 글을 옮겨가는 건수가 평균적으로 2천 건 정도였다. 그런 수치에 목숨거는건 아니지만 기본 1천 건이 넘었다. 그런데 지휘부를 비판하고 관행들을 지적하는 글이니까 경찰직원들이 좋아요 누르는 것, 댓글다는걸 사찰하기 시작했다. 내 글에 좋아요누르고 댓글을 쓴 직원들에게 과장을 통해 경고를 줬다. 그럼 마음약한 직원들은 그 다음부터 못한다. 자기 의사를 표현 못 하는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말이 되는가.”

―최근 수사권 조정 문제가 다시 떠올랐다. 예전부터 찬반이 많았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계속 그걸로 싸운 사람이4다. 이건 경찰이 이쁘다, 검찰이 이쁘다 차원이 아니라 민주주의는 분권이다. 어느 한쪽으로 사람을 몰아넣으면 무조건 흉기가 된다. 당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한 사람이 만약에 언론기관에다가 집행하고 처벌하는 기능까지 준다면 이건 흉기다. 수사권하고 기소권하고 같이 가지고 있는거는 어떤 식으로든 분리시켜야 한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영장청구독점권이다. 이건 헌법 12조 3항에 있다. 유신헌법 때 유신정권이 검찰을 이용하기 위해 소수의 집단만 통제하면 되니까 넣어준거다. 검사가 영장을 법원에 독자적으로 청구한다는 조항을 넣어준거다. 이것도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썩지 않을수가 없다. 전세계 신문에서 검찰청이 신문에 오르내리는건 우리나라밖에 없다. 미국 뉴욕타임즈 등 다 펴보면 그 안에 검찰이라는 말이 몇 번이나 나오나. 그래서 이건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거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분권이기 때문에 국가개혁차원에서 경찰이 이쁘지 않지만 분리시켜야 한다. 검찰은 기소권을 갖고 경찰은 수사권을 갖고. 수사권을 더 분권화해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보면 소방이 화재수사를 할 수 없다. 그래서 그걸 분리시켜줘야 한다. 화재는 소방이 제일 잘 알고 있다. 그 사람이 수사할 걸 왜 갖고 있나. 소방화재사건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수사해서 이것이 과실인지 방화인지 이 부분은 할 수 있도록 넘겨줘야한다는 얘기다.”

―나중에 전문적으로 분리가 됐을 때 정확히 법을 적용해서 검찰이 기소만할 수 있게 경찰이 내부적으로 준비가 다 돼있다고 생각하는가?

“사실은 이건 준비차원이 아니다. 수사는 의지문제다. 고도화돼서 사이버 범죄라던가 전문성을 요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는 검찰보다 경찰이 훨씬 잘 알고 있다. 법의학도 누가접하나? 살인사건 부검 등 그런 전문성은 경찰에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항상 법 지식과 수사를 아주 묘하게 만들어서 혼돈하게 만든다. 법 지식과 수사가 무슨 관계인가 법 적용을 왜 하나? 처벌을 하는데 법원에다가 이 법으로 처벌해달란 소리다. 그건 기본적으로 검찰몫이다. 물론 경찰에서 갈 때 사건을 넘기기전에 이건 살인죄라고 해서 보낼수 있다. 아니면 그 사람들이 고치면 된다. 수사라고 하는거는 일반적으로 사실 규명이고 어떤 사람이 억울한 일을 겪었을 때 어떤 절차로 어떤 단계로 일어났느냐 이걸 찾는거다. 수사는 의지하나로 하는거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의지만 있으면 하는거다.”

―검찰이 수사지휘를 한다는 것은 감시의 역할도 있을 수 있는데 수사권 독립으로 그런 기능이 해제되다보면 경찰내부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될 수 있지 않나?

“물론 그런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으로서 가지고 있는 자신의 직무수행, 공정성을 믿어줘야 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언론도 있지만 지금 시민 언론시대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 이상한 것에 절대 가만히 있지 않는다. 경찰단위에서는 수많은 민원이 제기되고 있고, 막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 더한 통제장치를 두면 된다. 수사가 제대로 됐는지, 안됐는지 철저히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같이 가야한다. 그 중 하나가 직장협의회, 노동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직장협의회를 얘기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가?

“직장협의회 구성으로 경찰내부가 엄청나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부에 정말 잘못된 관행들이 많다. 일반 행정공무원 가운데서 근무조건, 노동조건 열악하다는 얘기 들어봤나? 없다. 다 개선된다. 경찰조직에서는 상관에게 경례하는 문화가 있다. 이건 우리나라 식민지 문화에서 비롯된 잘못된 거다. 한 개인을 두고 집단이 경례하는건 없다. 미국 등 다른 나라 경찰 영화만 봐도 상급자에게 단체로 경례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걸 자랑이라도 하듯이 한다. 독일 경찰은 우상화될까봐 경례도 못하게 한다. 독재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우리는 그런데 회의 할 때마다 몇 백명 모아놓고 경례를 한다. 예전에는 충성 구호도 붙였다. 그건 기관장 우상화다. 이걸 내가 거의 없애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한다. 그럼 이건 잘못된 거다 얘기할 수 있겠나? 얘기하면 얘기한 사람이 문제가 된다.이처럼 내부에 있는 잘못된 관행들을 직장협의회가 없앨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최근 정당에 입당했다. 정치를 하려고 하는건가?

“정치적 자유가 있는 한 사람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을 바꾸는데 작지만 도움이됐으면 하는 것 때문에 입당하게 된 것이다. 막말로 돈있으면 할 수 있는데 돈은 하늘에서 떨어지는게 아니다. 의지만으로 할 수 있다면 하겠지만 이 얘기는 잘못된 부분이 보이는데 바뀌지 않아 그걸 바꾸고 싶은 마음에 하는 얘기다. 정계진출은 가능성은 없다.”

송주현기자·사진=조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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