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본질적인 역할은 인간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식량공급이다. 인류역사상 농업은 생활의 기본인 동시에 식료ㆍ식재ㆍ섬유 등 국민생활에 불가결한 자원생산과 자연을 보전하는 부차적 소임이 있다.

농촌은 인간과 자연의 만남을 주선해 지친 심신을 치유하고 창조적 사고를 가능케 한다. 최근 자연친화적 생활을 꿈꾸고 작물재배와 가축사육에 매력을 느끼는 도시생활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에게 일자리와 마음의 여유를 제공해 인성함양과 창의성을 증대시키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농촌인구의 다수를 구성하는 고령자도 일할 기회를 보장받고 삶의 보람을 느끼는 장소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의 약 64%에 불과하다. 때문에 안정적인 수입증대가 급선무다. 양질의 농산물 생산, 소요경비 억제, 효율적 판매로 충분한 소득을 확보해야 한다. 고령화, 일자리 창출, 빈약한 소득은 농업ㆍ농촌의 중대한 선결과제이다. 농업종사자와 지역조합ㆍ법인들이 상호신뢰 기반 하에 협동하고 공동체 본연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농업인은 소비자 요구에 귀 기울이고 소비자도 농촌의 현실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선조들이 이룩한 지역 향토문화, 독자적인 유ㆍ무형의 유산, 공익적 가치들이 소멸해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한다.

이에 경기도는 농가소득 증대를 목표로 넥스트(NEXT) 경기농정을 추진 중이다. 생산 위주의 농업정책에서 벗어나 경기도만의 새로운 농업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핵심 사업으로는 친환경 농수축산물 공급 확대, 농식품 안전관리 거버넌스, 소비공감 프로젝트가 있다. 특히 계약재배를 확대하면서 농산물 판로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주요 성과로 농산물 우수관리(GAP)인증면적 확대, 농가 인증 농산물에 한해 G마크 인증 획득, 친환경농업연구센터(국립 한경대학교)건립 등이 있다. 이러한 새로운 농정이 확실히 자리 잡게 되면 타 지방자치단체들의 본보기가 되고 도시근로자와 비교해서도 대등한 소득 달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또한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해외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 예로 일본은 농산물만이 아닌 수산물, 축산물을 함께 판매하는 직판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바[千葉]현의 직판장 카시와데[かしわで]는 지역 농업인들이 3~4m의 정육코너를 개설하고 직접 도축한 고기를 판매해 연간 수천 만 엔의 수입을 올려 농가소득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해외 우수사례를 수용하고 현 실정에 맞게 적용해 다방면적인 소득증대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요즘 대형 유통업체와 산지 간 직거래가 증가하고 농산물 산지조직화가 활발히 이뤄져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 있다. 농가ㆍ조합이 통합마케팅 조직을 형성해 유통업체와 대등한 조건에서 협상한 결과이다. 안정적인 대규모 공급과 엄격한 품질관리로 농가소득이 증대하고 소비자의 신뢰 또한 높아지고 있다. 과거 빈곤하고 불편한 농촌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인정 많고 잘 사는 농촌을 향해 나아가려는 많은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다.

필자가 좋아하는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인용해 보면, “주서(周書)에 말하기를 농부가 농사를 짓지 않으면 먹을 것이 부족하고 공인이 물건을 만들지 않으면 생활용품이 부족해지며 상인이 장사를 하지 않으면 삼보(三寶)의 유통이 끊어지게 된다.”는 말이 있다. 백성들이 입고 먹고 사는 문제가 바로 생활의 근간이다. 그간 농업인들이 국가를 위해 희생하며 흘린 땀과 눈물을 인정받고 우리의 농업ㆍ농촌이 정당한 대접을 받아보길 소망한다.

김충범 경기도 농업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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