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하남시 경계에 위치한 은고개 삼거리에서 엄미리 계곡으로 가다보면 작은 개울을 건너 산 밑으로 고즈넉한 전통한옥이 보인다.

이 한옥 주변에는 여기저기 크고 작은 나무들과 들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고 한쪽에는 장독대와 연못이 눈에 들어온다.

또 한켠에 마련된 야외 테이블을 지나면 산 밑으로 이어진 산책로가 나온다.

얼핏봐선 음식점같지 않은 이곳은 바로 광주지역 맛집으로 소문난 ‘이로재’ 약선오리 전문점이다.

이로재는 100년된 전통 기와집의 고풍스런 멋과 작은 수목원을 옮겨다 놓은 것 같은 넓은 정원을 자랑하며, 다소 생소한 느낌의 ‘약선’ 음식을 전문으로 내놓는다.

약선음식이란 음식에 약초 등 약용기능을 가진 식재료를 배합해 조리한 전통 먹거리로, 우리 조상들은 식품을 약재와 함께 써서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냈다.

평소 약선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이로재 서순덕(53) 대표는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에서 오랫동안 한국 전통음식과 약선음식에 대해 공부해 왔다고 한다.

이로재는 그가 그동안 쌓아 온 약선음식의 진가를 보여주는 곳이다.

서 대표는 “이로재의 약선음식은 산약초를 넣어 육수를 우려내 음식과 궁합이 맞는 약초도 함께 넣는다”며 “직접 담근 장을 비롯 반찬에 들어가는 배추와 무 등 채소들은 모두 텃밭에서 직접 수확해 정성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각종 산약초로 우려낸 육수에 전복과 낙지, 고구마에 부추, 표고버섯, 밤, 은행 등이 들어간 약선오리·닭백숙은 몸보신으로 사람들이 즐겨 찾고 있다.

특히 시원한 국물과 부드럽고 쫀득쫀득한 육질이 입에 착착 감긴다.

오리와 닭백숙은 방문하기 최소 40분 전에 예약을 해야만 기다리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조리시간이 길고 특히 주말에는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까지 찾아온 손님들 때문에 예약없이 방문했다간 그냥 돌아갈 수도 있다.

이로재에는 사랑방과 행랑방이 있고 외부 방갈로 형태의 별채가 따로 있다.

독특한 방 이름은 역할은 달라졌지만 100여년간 불러졌던 이름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사계절 자연의 형형색색 멋과 추억을 느끼며 몸에 이롭고 약이 되는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이로재를 찾을 것을 추천한다.

김지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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