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協治)’를 위해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의 상징인 권위주의를 벗어던지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은 당선 일성으로 ‘대탕평책(大蕩平策)’을 내세웠다. 지역과 이념의 양극화를 치유하겠다는 처방전도 함께 들고 나왔다. 5년마다 비슷한 진단과 처방이 제시됐지만, 아쉽게도 국민통합을 이끌어내는 데는 번번이 실패했다. 당선 전 유권자들과의 약속은 청와대 입성과 함께 메아리처럼 멀어져만 갔다. ‘말 따로 실천 따로’였던 대통령의 행보는 결국 필연적 결과를 이끌어 냈다. 이번 만큼은 대탕평책이 정권교체기에 등장하는 허울 좋은 정치구호에 그치지 않고, 구속력과 시행력이 담보된 약속이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정부의 숙제는 또 하나 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국민 대통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결과는 중부일보가 오피니언 리더 38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응답자 가운데 42.2%가 통합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개혁과 소통의 리더십, 권위주의 타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지만, 반으로 쪼개진 국론 봉합을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분열과 대립은 대통령 선거기간 아주 극명하게 드러났다. 치유 불능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을 만큼 대통합은 새로운 정부의 가장 큰 과제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국민들의 갈등은 여전히 수면 아래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를 봉합하지 않으면 우리가 마주하는 새로운 도전은 계속 발목 잡힐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지혜를 모으고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하나의 과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갈등을 통합할 수 있는 포용력이다. 문 대통령의 득표율은 41.08%로 2위 홍준표 후보(24.03%), 3위 안철수 후보(21.41%)보다 상당히 높다. 1987년 직선제 도입 이래 최다 표차로 승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각도로 바라볼 때 투표자 10명 중 4명만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민 10명 중 6명은 문재인을 지지 하지 않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더 많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다. 자신을 지지했던 세력뿐 아니라 비판적이었던 세력도 껴안을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전체를 보고 국정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실천이 있어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대선과정에서 분출된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담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몇 차례 제기됐지만, 번번이 실기했던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등 개헌문제도 곰곰이 고민해야 한다. 이밖에도 외교안보 문제, 대한민국 경제의 신성장동력 확보 및 일자리 창출 문제, 고위공직자 비리 엄단 등 서둘러야 할 작업이 산적해 있다. 문재인호가 출항한 지 보름이 얼추되어 간다.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던 시간이
었지만 산적해 있는 과제도 적지 않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성공해 대한민국을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반열, 국민들과 소통하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대한민국, 특히 진정한 국민통합의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엄득호 정치부장